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대통령의 관료천거, 누구를 위함인가?

by anarchopists 2019. 10. 2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6/18 05:12]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통령의 관료 천거,
누구를 위함인가?

최근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가 정계에 그 파장을 일으키면서 엉뚱하게 관료개편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천안함 침몰과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흑막(?)은 없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 때,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었다면 북한해군이 한국해역에 들어와 저질은 일이건, 해역 밖에서 저질은 일이건 이것은 국방상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린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의당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와 관련된 관료들의 대거 정치적 책임과 함께 인사교체가 있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없었다. 이게 의심스럽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주의 책임이라고 공식발표를 해놓고 애꿎은 해경(해양경찰)의 해체와 함께 관료들의 책임을 묻고 그 교체를 강행하고 있는 것인지 이것도 의심스럽다. 도데체가 정부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의심스러운 게 많다.

의심스러운 것은 굵직한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정부에서 하는 대국민 발표만이 아니다. 관료 추천에서도 의심스러운 게 있다. 왜 나라사람들 생각에서 안 되겠다는 사람을 굳이 관료로 임명하려고 청문회에까지 강행하는 지가 의심스럽다.

봉건시대는 분명 힘의 논리(칼과 총)에 의해 국가라는 존재가 강제되었지만 지금은 인지(認智: 인식과 지혜)가 깨이면서 인민(人民, 나라사람이라는 뜻)들이 ‘사회적 약속’으로 국가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선거를 통해 국가를 관리할 통령(統領: 지금은 대통령)을 선출하고 그에게 국가 관리를 맡기고 있다. 따라서 통령이 된 사람은 국가를 관리할 의무와 국민에 대한 책임만 있는 것이지, 국민 위에 군림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라는 양피(羊皮)를 덮어쓰고 오늘날을 ‘봉건시대’로 착각하는 통령들이 자주 있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이 그랬다. 이어 이명박이 그랬고, 현직인 박근혜 통령도 그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통령은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되고 그런 정신상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그런데 최근의 박근혜 통령의 관료 추천은 국민을 무시하는, 자신만을 위한 독재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관료란, 대통령을 위하는 관료가 아니고 국민을 위하는 관료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 관료 자질을 가진 사람을 추천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관료 추천은 국민을 위한 관료후보가 하나도 없다. 언론매체에서 나온 자료들을 가지고 판단할 때 대부분 대통령을 위한 충견성(忠犬性?)을 가진 자들로 판단된다. 그들이 가진 우주관 내지 인생관은 국민보다, 출세와 권력, 그리고 축재 더 관심을 보이는 자들로 보인다. 만약 그들 자신들이 진정으로 권력지향적, 출세집착적, 축재지향적 충견성(?)을 부정한다면 관료후보로 추천되는 것 자체를 스스로 거부했어야 옳았다.

적어도 봉건국가에서도 관료(그때는 인재라고 함)은 백성을 위한 관료였지, 자신과 왕을 위한 관료가 아니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그 관료는 탐관오리였다는 오명을 역사에 남겨야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관리는 청사(靑史)에 빛나는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8세기 춘추시대 진(秦)나라 사람이었던 손양(孫陽, 伯樂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음)이라는 사람에 비유해 보자.

백락이라는 사람은 ‘보통 말’ 중에 ‘천리마(千里馬, 뛰어난 말)가 섞여 있어도 이를 잘 골라내는 눈빛(眼力)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백락의 아들(伯樂子)라고 했다. 이후 중국 정치계에서는 인재를 선별하고 뽑아 쓸 때 백락고사(伯樂故事)를 흔히 인용한다.(1981년 제 6기 전국인민대표대회) 그것은 당(唐)나라 때 문장가 한유(韓愈, 768 – 824)의 《雜說》(잡설)에서 연유된다. “세상에 백락(백성을 위해 좋은 사람을 골라내는 사람)이라는 사람이 있어야 천리마(백성을 위해 일할 줄 하는 사람다운 사람)가 있게 된다. 천리마가 도처에 있다고는 하지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은 늘 있는 게 아니다.”(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千里馬常有,而伯樂不常有...《古文觀止》, 三民書局 1971, 412쪽) 라는 비유를 들었다. 여기서 백락은 봉건시대 사람을 알아보는 군주(君主)를 이름이요, 천리마는 나라의 인재를 이름이다. 그러면, 백락이야기를 가지고 예를 들어보자.

중국역사에서 봉건사회였을 때, 최초 통일국가인 진(秦, 기원전 221 ~ 기원전 206) 나라 말기에 진나라의 운세가 다하면서 다시 중국천하는 크게 양분이 된다. 초(楚)와 한(漢)이다. 초는 귀족 출신 항우(項羽,기원전 232 ~ 기원전 202)가 이끌었고, 한은 서민 출신 유방(劉邦, 기원전 266? ~ 기원전 195)이 이끌었다. 중국의 학자들은 정치를 논할 때마다 항우는 백락자에 비유되고 유방은 백락에 비유된다. 항우에게는 당대 전략가로 뛰어난 범증(范增, 기원전 277 ~ 기원전 204)이 있었고, 유방에게는 한신(韓信, ? ~ BC 196)이 있었다. 항우는 한신이 그에게 있고자 하였으나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중에 범증마저 쫒아버린다. 그러나 유방은 한신(자기 욕심도 다분히 가지고 있었지만)을 알아보았다. 결국 유방은 한신 덕분에 중국천하를 통일하고 천하의 권력을 움켜쥐게 된다. 그래서 천하의 인민들이 다시 태평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자가 백락이다. 사람을 알아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백락자이다.

3세기 한 나라 말기가 되면, 중국이 다시 혼란해 진다. 조조(曹操), 유비(劉備), 손권(孫權)이 천하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맹돌진하며 백성들이 혼난 속에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중 가장 약했던 자가 유비다. 그는 나라를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가장 백성을 아끼는 왕이었다. 이런 와중에 천거된 인물이 제갈량(诸葛亮)이다.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세운다. 삼분지계는 당시 백성을 가장 아꼈던 유비를 촉(蜀)나라의 왕으로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조조의 폭력적 천하통일계획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길이기도 했다. 유비는 위민정치를 이끌어줄 인재가 필요했고 그에 맞는 인물이 제갈량이었다. 결국 중국역사가 삼국시대의 주역을 조조 중심이 아닌, 유비 중심으로 엮어지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은 우리나라 역사이야기다. 조선시대 16세기 말, 아주 못난 임금(宣祖)이 있을 때 일이다. 그런 못난 왕(백락자)이 있을 때도 백락은 있기 ㅏ련이다. 유성룡이라는 인물이다. 영의정에 오른 유성룡은 임진왜란(1592~1598)을 당하게 되자, 국난(國難)을 해결할 인물로 이순신(李舜臣, 1545~1598?)과 권율(權慄, 1537~1599)을 천거한다. 만약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추천되지 않았더라면 조선은 더 오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백성들이 고통을 받았거나 아니면 그때 이미 왜놈의 식민지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순신을 선조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유성룡은 끝까지 이순신을 지켜주었다. 만약 유성룡(백락)이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었더라면 이순신(천리마)이 존재하지 못했을 거다.

유성룡은 선조(백락자伯樂子)가 추천한 신립(申立1546~1592))에 대하여서는 아니다 라고 했다. 결국 신립은 전략과 전술도 없이 천혜(天惠)의 요새(要塞)인 소백산 죽령(竹嶺 경상북도 영주와 단양의 경계, 남쪽에서 서울로 가는 요지))을 열어주고 남한강에서 배수진(背水陣)이라는 ‘기도 안 막히는’ 작전을 펴다가 그만 서울을 침략군 왜놈에 빼앗기는 졸장(卒將)이 되고 말았다. 그 만큼 누가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인물이냐가 중요한다는 말이다. 임진왜란 때 유성룡은 백락이었고 선조는 백락자였다.

오늘날 한국사회로 들어와 보자.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관료들을 교체함으로써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 그런데 추천된 괸료들의 면면(面面)을 보면, 다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관료의 수장인 국무총리 내정자와 다른 장관 내정자들이 봉건적, 친일·친미적, 반(叛)민족적, 방공·반(反)통일적, 반(反)근대 봉건적, 반(反)자유·반(反)민주적 사고를 가진 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고를 가진 자들은 대체로 통령을 위한 일을 하는 자들이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아니다. 지금은 봉건시대가 아니다. 국민 중심의 시대이다. 이런 자들을 관료후보로 추천했다면, 이들을 추천한 사람은 결코 백락이 될 수 없다. 즉 고의로 국민을 위한 사람을 택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스스로 백락이기를 포기하였다는 말이 된다. 백락이기를 포기했다면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겠다는 말과 같다. 민주주의의 기본근간인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를 그 위에 두겠다는 의사표시와 같다. 이런 처사라면 앞의 봉건시대 선조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관료는 국민을 위한 관료라야지 통령을 위한 관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성을 버리고 안력(眼力: 인재를 알아보는)을 가진 백락이 되어주기를 바란다.(2014. 6.15 아침, 취래원농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