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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철학과 타자화 문제 4

by anarchopists 2020. 1. 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1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철학과 타자화 문제(계속)

이러한 현상에 의해서 인간은 불안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자아가 불안에 굴복한다는 것은 불안이 이성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성은 실재에 대한 객관적 인식의 수단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자본은 불안을 통해 우리를 지배한다”(이종영).

이성이 자본과 세계에 대한 비판과 판단을 상실한 채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은 앞에서 누누이 강조해 왔던 자본에 종속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삶의 자세는 이른바 “실존적 소유”라는 삶의 양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즉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본질적 충동”을 말하는 것입니다(이상린).
이것을 이상린은 소유의 논리를 지양(止揚)하고, 존재의 논리를 지향(指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유의 논리는 인간과 인간을 서로 타자로 만들며 분리합니다. 그와 같은 이기심, 탐욕의 극복은 소유의 관계를 폐기하고 존재의 관계를 확립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인간이 각자의 능력(Fähigkeiten)이나 경쟁이 아니라, 필요(Bedürfnissen)와 욕구에 따라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이상린).

“사적 소유의 지양이란 소외된 노동의 지양을 의미한다. 또 소외된 노동의 지양이란 소외된 인간의 의식과 현실적인 생활의 총체적 지양을 의미하며 인간적, 주체적 생활 즉 상호주체적 협력사회의 획득을 의미한다. 상호주체적 협력사회의 획득은 ‘소유(Haben)의 관계’를 폐기(止)하고 ‘존재(Sein)의 관계’를 확립(揚)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유관계의 폐기와 존재관계의 확립을 위한 상호주체적 협력사회의 획득은 오직 혁명적 실천에 의해서만 성취되는 것이다”(이상린).

같은 맥락에서 프롬이 말하고 있는 인간의 소외와 물질화의 문제는 결국 소유로부터의 탈피, 그리고 생존의 욕구를 넘어서 자유로운 인간-사랑, 인정, 이성, 관심, 전체성을 추구-이 될 때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것을 종교적인 의미의 초월(혹은 초탈)로 불러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 초월은 노동이 자본에 종속되어 육체적 생존에 얽매이지 않을 때, 그 현재를 정당화하지 않고 끊임없이 넘어서려고 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E. Fromm, 최형묵).

3. 칸트와 마르크스의 혁명적 희망을 꿈꿔보기

칸트의 인식론에서 물자체(Ding an sich)는 사유(denken)될 수는 있지만 인식(erkennen)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물자체는 헤겔에 와서 절대정신, 절대이념으로 계승됩니다. 레닌은 이점을 극복하고 인간 주체를 회복하고자 합니다(Dominique Lecourt).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다시 칸트의 인식론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내면성으로 복귀를 시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철학적 흐름들은 결코 칸트와 마르크스주의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칸트의 도덕철학의 근간은 정언명령 즉 인간의 수단화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마르크스 인간학의 모토는 자본가에 의한 인간 노동의 외화 즉 노동의 소외로부터의 탈피와 초월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두 사람은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했던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은 현대 자본사회에서 물질에 얽매어 착취와 폭력에 시달리는 인간을 향해서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 동시에 자본을 향해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에 대한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리는 혁명적 성격의 소유자, 혹은 불복종의 행위자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E. Fromm). 자연의 타자화, 인간의 타자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때에 이러한 혁명적 인간, 혁명적인 인간성을 꿈꾸는 자유로운 인간을 바란다면 헛된 욕망일까요?(2010.10.13, 김대식)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내용 중 사진은 다음 이미지의 가을우체국님에게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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