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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민주주의와 암살테러

by anarchopists 2019. 10. 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11/20 05:50]에 발행한 글입니다.


민주주의와 암살테러 1
(박정희와 장준하 편)


요즘 유독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김구(1876~1949)다. 함석헌(1901~1989)이다. 장준하(1918~1975)다. 노무현(1946~2009)이다. 이 중 함석헌만 빼고는 세 사람 모두 정치인이다. 함석헌은 아나키스트가 아니면서 아나키즘 삶을 가지고 산 사람이다. 김구, 장준하, 노무현은 정치인이지만 이들도 아나키즘에서 가장 싫어하는 권력의 압제, 국가폭력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려고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함석헌 말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그렇게 배제하려고 노력했던 ‘권력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다. 김구는 이승만의 반공폭력에 의해, 장준하는 박정희의 유신폭력에 의해, 노무현은 이명박의 수구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5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보다. 5월 초순 가정의 날들이 지나가면 곧바로 중순에 5.16군사정변, 하순에 큰 별들이 타의에 의해 피살되는 날들이 온다. 그 중에 5월 23일은 노무현이 부엉바위에서 강제 실족된 날이다. 노무현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스스로 자기희생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피살의 의혹이 짙고 장준하 선생은 말할 것 없이 피살이다. 장준하 선생이 포천 약사봉에서 누군가에 의해 머리를 타격당하고 강제 실족되어 피살되었다.(1975.8.17.)

바르지 못하고 못된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의로운 큰 별들을 암살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미국 등 강국(强國)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돕는 나라(弱小國)의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인물의 정적(政敵)을 대신 암살해주기도 한다. 이게 국가주의를 지상목표로 내걸고 있는 민주주의 나라들의 비인간적, 불의한 짓거리요 행태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도 정치권력은 국가주의 논리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승만은 민족통일과 남북협상을 주장하는 김구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자신의 친미반공(親美反共)을 국시(國是)로 하는 권력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여 자신의 권력유지의 선봉이었던 김창룡이 이끄는 수하들을 시켜 암살하였다. 그러나 김구 자신도 임시정부 요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우익세력 송진우가 신탁통치를 지지한다고 그를 암살하였다고 의심을 받고 있다(1945.12.30.) 이게 정치판이다. 암살법석이 곧 정치판이다. 암살은 자신이 이끄는 국가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오는 폭력이다.

박정희가 바로 대표적인 국가주의를 앞세워 국가폭력을 일삼은 자이다. 박정희에 의하여 피살된 장준하와 박정희를 비교해 보자. 누구를 우리 사회의 지표로 삼아야 할 인물이지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와 장준하는 인생관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일본군 출신이었고 국가주의를 신봉하다가 타살(他殺)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창씨개명(高木正雄,たかぎ まさお)과 함께 친일장교로 출세하여 민족해방세력을 탄압하는데 앞장을 선 자이다. 하지만 장준하는 일본군을 탈영하여 대한광복군이 되어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하였다. 노예상태에 있던 민족에게 누가 옳은 자였나. 해방정국이 되었다. 박정희는 본질적으로 기회주의자다.(최상천, 《알몸 박정희》, 사람나라, 2001, 98쪽.) 이 나라가 해방정국이 되자, ‘기회주의적 반역자’ 박정희는 공산당(남로당) 간부가 되었다가 그 조직을 김창룡에 팔아넘기고 국군장교로 변신하다.

그러나 장준하는 이승만 친미반공의 독재권력에 항거하는 민주투사가 된다. 그리하여 일제하에서 있었던 민족배반행위(친일매국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 처벌하자는 “반민족행위처벌법”(反民族行爲處罰法, 1948.9.22)제정에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박정희는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반대한다. 이어 박정희는 4.19체제를 부정하고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국가권력을 찬탈한다. 그리고 일제천황(日帝天皇)을 본 딴 대통령(종신총통)이 되려고 국가주의를 강화한다. 그러나 장준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수호하며 4.19체제 수호세력이 되어 박정희 권력에 대항한다.

결국,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위한 제제화(帝制化, 영구 전제군주) 음모를 꾸민다. 제제화 음모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짓밟으면서 대한민국 역사에 더러운 오점(汚點)들을 남긴다. 곧 군사반란이요, 국가폭력이요, 헌정유린이요, 부정선거요, 사법살인이요, 전쟁광분(베트남 파병)이다. 이러한 더러운 행태들이 ‘한국적 민주주의’, ‘조국근대화’, ‘자유주의 수호’, ‘새마을운동’들으로 포장되어 미화되었다. 결국 독재자의 자기모순에 의하여 그도 국가조직의 배반으로 피살되고 독장군(禿將軍) 전두환을 불러온다. 박정희와 장준하 누가 역사에서 바르게 산 자이며 우리의 지표일까. (2014. 11.20, 취래원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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