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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김대식, 2강] 간디와 함석헌의 메타

by anarchopists 2020. 1.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09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간디와 함석헌의 메타-호도스와 메타-에콜로지,
그리고 메타-담론 -씨알의 길로서의 ‘삶숨’ 철학적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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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이들은 이성이나 영성보다는 감성에 밝다. 그 감각(sense)과 감성(sensibility)에만 충실하다 보니 이성적 숙고를 통한 반성적 삶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사태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도구적 이성에 의한 사심이나 욕망과 관련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태 그 자체’를 파악하지 못해서 눈으로만 읽는 세상의 단편적 행위자가 되기 십상이다. 이른바 현상학적 숙고가 미흡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새로운 실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역시 미 즉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다. 칸트가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은 도덕을 지향하게 된다(KU., § 59, 도덕의 상징으로서의 미). 그러므로 젊은이들에게 씨알 함석헌의 사상이 설득력 있게 다가서게 만들어야 한다면 미학적 함석헌의 어필도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함석헌 사상에 대한 미학적 해석이다. 이것은 오늘날 처해 있는 반생명적 논리를 극복하게 만드는 단초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함석헌에게서 나타나는 생태적 미학, 삶에 대한 미학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줌으로써 그에 대한 인식의 틀거지를 새롭게 해줄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미적 인식과 판단은 그가 냉철한 이성에만 호소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입이 있다면 산에 있고, 바다에 있고, 풀과 꽃과 벌레 있고, 햇빛과 구름과 바람에 있다. 자연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가? 산색개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계성편시장광설(溪聲便是長廣舌)-바위 빼나고 숲 우거진 봉우리 그대로가 하나님의 몸이요, 고함치다, 속삭이다, 노래하다 하는 시냇물 소리 그대로가 하나님의 음성이다. 자연은 벌레처럼 파먹기나 할 미끼가 아니요, 깊은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요, 간절한 위로를 주는 친구다... 자연을 통해 주시는 하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짐승이요, 짐승만도 못한 죄수다.”


이와 같은 함석헌의 자연미학 혹은 생태미학은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만 인식하는 자본주의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특히 이러한 환경미학적 인식은 생태적 이성 즉 인간이 자연과 함께 교호적 관계(交好的 關係)를 맺고 서로 사랑의 이법 안에 어울려 지내야 한다는 아가페적 논리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간디는 어떤가. 간디의 마음에도 미학적 생명 논리가 들어 있다. 일몰의 경이로움이나 달의 아름다움을 통한 의례 혹은 의식을 떠올리고, 피조물을 통하여 신의 신비를 경험하였다는 간디는 “자연 안에 있는 아름다움의 영원한 상징”을 노래한 사람이다.

“인생의 의미란 종교적인 문제입니다. 언어라고 하는 기반 위에서 인간 정신의 다른 두 가지 기능이 생깁니다. 즉 한편으로 과학이나 철학으로 인도하고, 또 진리-하나의 진리가 아니라 다른 진리의 판단 기준이 되는 진리 자체-로 향하는 노력으로 인도하는 인간적인 기능과, 다른 한편으로 미적 기능, 즉 이전에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불렸습니다만, 오히려 표현적인 것-그것은 단지 어떤 실재만이 아니라 궁극적 실재까지도 표현하는 것-이라고 불려야 할 것으로 인도하는 미적 기능의 둘이 생깁니다.”

이러한 미학적 생태의식은 감성의 시대에 진리를 파악하고 자연에 대한 비폭력적 저항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접근이 용이한 길(방법)이라고 본다. 사티아그라하 즉 비폭력은 사람이 사람에게만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저항 정신을 표출하는 비폭력적 사상은 행위적 저항, 능동적 저항이다.
그런데 비폭력 저항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때에 자연 또한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은 미적 감성을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느끼고, 자연이 이성에 의해서 온전히 파악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여만 한다. 그래서 파울 틸리히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것, 즉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것처럼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실존의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생태적 감성은 자연에도 독특한 생명의 길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감성의 상호작용이 자연의 존재 혹은 참을 인식하게 되고 그 참으로 인해 폭력을 거둘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김대식, 내일 계속)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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