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기-이적(異蹟)
2016년 4월 13일, 20대 의원을 뽑는 투표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른 이침부터 비가 내린다. 예감이 좋다. 비가 와야 젊은이들이 놀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날씨가 화창했더라면 개구쟁이 젊은이들이 놀러가기 바빠서 보수 늙은이들에게 투표지를 맡겼을 것이고, 그리 되면 또 수구당이 의회마저 장악하게 되었으리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선거에 참여한 연령층(잠정 집계된)을 보면, 분명 60대 70대가 조금 늘어난 투표율을 보인 반면에 20~50대의 투표율은 크게 늘었다. 변화와 시대흐름을 읽은 연령층이 이번 20대 총선에 많이 참여했다는 결론이다. 시대흐름과 역사의 정의를 모르는 수구보수층의 투표율이 적을수록 이 나라는 자본 중심이 아닌, 그리고 ‘보리고개’의 향수를 줄기는 그런 사회가 아닌 인간 중심으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다. 생각 없는/아직도 왕조국가로 알고 있는 늙은이들의 투표참여가 적을수록 이 나라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 그리고 인권을 위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4.13 총선 결과가 있기 전에는 날마다 이 나라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하여 걱정을 많이 했다. 세상이 개벽하지 않는 이상, 반민주, 반통일, 친독재적 집권여당과 그 권세들이 스스로 물러날까 의심스러웠다. 지금의 집권당과 여주인은 영구집권을 위해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영토를 통일조국으로 만드는 일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자들이다. 막 출발한 통일열차를 거꾸로 돌린 자들이다. 16년 전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통일마당이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철수시키는 행위는 미친 짓으로 보았다. 이들은 언제까지나 38선 담장을 막아놓고, 너는 그 자리, 나는 이 자리하며 지들 편한 얼간이 정치놀음을 계속하려 했던 자들이다. 통일과 평화의 심장을 잃고 손바닥만 바라보는 영구 바보나라를 만들어 언제까지나 이대로 살겠다는 심보를 가진 자들이라는 생각이다.
개성공단 얼마나 가슴이 뛰는 말인가. 두 이념들이 한 가지 일로 모여 노동이라는 신성한 문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먼 날 민족통일이라는 염원을 안고 가던 통일지킴터가 아니던가. 그 통일열림터를 깡그리 뭉대기고, 박정희, 김일성 두 독재권력이 그랬던 것처럼, 영구분단과 영구독재를 음모하던 그 시절로 가려하는 자들이 아니던가. 이명박 박근혜라는 두 인물은 천안함, 세월호 비극을 창출하면서 민족의 통일여망을, 조국의 평화여망을, 민인의 행복여망을 한순간 뒤엎고 막 피어나는 불씨를 간단히 재로 꺼뜨리고 말았으니 더는 할 말이 없는 터였다. 살아있어도 늘 사는 게 아니었다. 머리가 텅 비고 가슴이 늘 답답했다. 붉은 도포를 뒤집어쓰고 개혁, 혁신이라는 되도 않는 말잔치로 나라사람들을 현혹시키던 붉은 도포집단이 거꾸러지는 날도 있구나 하니 머리에 멈추었던 피가 다시 순환하면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맛본다.
2016년 4.13총선, 16년 전 피웠던 통일의 여망을 다시 지펴본다. 선거 때마다 이념의 불씨를 되지펴, 북한이 로켓을 쏘아 올렸다니, 북한 고위층이 탈복하여 남한으로 왔다니, 북한 아무게가 무엇을 했다니 하면서 보수/수구층을 한데 몽치게 했던 그 수작들을 잠재운 날이다. 나라사람들의 선거의식이 변했다는 생각에 날밤을 세워본다.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16년전 그날이 오는가.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민의당”이다. 그리고 안철수다. 안철수는 믿을 수 없는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지금까지 행적을 보았을 때, 기회주의적 발상을 가진 자로 평가된다. 그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이 생각지도 않게 엄청 많은 의석수를 확보했다. 앞날이 불안하다. 기회주의자들은 이승만, 박정희에게서 본 바와 같이 독재성향을 가진 자요, 수구적 발상을 하는 자들이다. 혹여 안철수가 박정희식 사고를 할까봐 걱정이다. 그러지를 않기를 바라면서 18대 국회가 열리면 꼭 기회주의적 발상을 하지 말아주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그리고 진정으로 안철수가 나라사람을 위하고 낡은 정치를 쇄신하기를 바란다면 “국민의당”이라는 당명을 “자유의 당”으로는 고쳤으면 한다. 안철수가 ‘국민’(國民)이라는 말이 독재자의 노예라는 뜻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국민의당”이라는 말은 어감 자체가 기분이 안 좋다. 또 그대들에게 바라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에 그대들 당이 진정으로 나라사람들을 위한다면, 꼭 의회를 개혁하는데 앞장을 서주기 바란다. 의원특권을 없애는 일이다. 그래서 세비를 줄이는 일이다. 그리고 이 나라를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일이다.
4.13 총선 날, 비가 안 왔으면 어찌 됐을까? “휴”하는 안도감이 인다. 다음 글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모질게 견디고 인고한 바른 사람들 편에,
참으로 옳고 착한 사람 편에,
한님(우리 神)께서 함께 하셨다.
그동안 허깨비로만 살아오던
보수/수구독재의 들러리들,
절반의 몸을 기대고서
알게 모르게 단맛만을 노리고서,
저들의 침 마르는 소리에
洗腦되어 정의/자유를
등지고 살던 철부지들
자유와 민주를 찾는 이들을
빨갱이/좌빨로 몰아세우는
낡은 氷炭의 무리들
아, 자유의 신, 정의의 신은 비를 뿌렸다.
장기집권의 음모가 그려진
종이가 비에 젖는다.
잉크가 번진다.
그대들, 얼마나 놀랐는가?
가슴이 철렁이었겠지.
하늘과 땅과 사람의 분노에.
(취래원농사, 2016. 4.14 아침, 17일 고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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