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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죽 쒀서 개 주지 말아야지요

by anarchopists 2019. 10.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6/05/02 05:12]에 발행한 글입니다.


죽 쒀서 개주지 말아 야지요

2016년 4월 13일, 자유주의 나라, 민주주의 나라인 이 나라에서 민인(民人)의 존재를 조금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곧 나라의 주인행사를 조금 했다는 말입니다. 지금 이 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통제된 언론과 여론을 조작(?)하여 이번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의회 여당의석이 180석은 무난할 거라고 사전에 예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권력의 수장과 공무원은 각종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게 이 나라 헌법의 대의입니다. 민주주의의 철칙입니다. 그런데도 민주주의의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권력의 수장이 간접 선거운동을 했다는 설/주장이 나 돌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그런 가운데 치룬 총선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 착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도 나쁜 결과가 나올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했습니다. 혹여, 조작된 여론대로, 짖고 까부는 어용언론들이 내보내는 180석이, 그대로 된다면 분명 개헌설(영구집권을 위한)이 나돌고 있는데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하고 안절부절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한님은 민인들의 우려하는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들 편에 서주셨다. 그것은 하늘에서 반가운 비가 내렸다는데서 입증이 됩니다. 그래서 젊은이들 놀러가는 대신 투표소에 나갔습니다. 결과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오늘의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합니다. 413총선 결과는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어느 정도는 잘 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옛말에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죽’이라는 것은 어려운 시대, 식량이 부족한 시대, 많은 사람들이 식량을 나누어 먹는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뜻이 들어 있습니다. 아픈 사람(나라)이 영양식(개혁)으로 먹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서 ‘죽’은 ‘골고루 먹고 산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곧 궁휼(窮恤: 가난 속에서 나눔)을 함께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개’라는 말은 기회주의자라는 뜻입니다. 기회주의자는 남 /사람 중심의 철학이 없는 자를 말합니다. 곧 모두의 이익보다는 자기이익에 충실한 자를 말합니다. 일제에게 나라를 넘겨주어 전체 나라사람들을 36년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자들이 바로 기회주의자들입니다. 또 해방 이후, 이 나라를 진정한 민주의 나라, 자유의 나라, 평화의 나라로 만들지 않고 전쟁과 폭력, 그리고 독재의 나라로 만들어 좁은 땅마저 갈라놓은 자들입니다. 그리고는 그 좁은 땅에 안주하면서 나라사람들을 억압하고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국가폭력을 마구 휘둘렀던 자들이 바로 기회주의자입니다.

나라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주기는커녕, 경제부흥,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라는 허구(虛構=選擧空約)의 미명(美名)으로 나라사람들을 현혹시켜 권력을 움켜줘 온 사람들입니다. 권력을 쥔 뒤로는 그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영구집권을 음모하는 권력자들이야말로 일제에게 나라를 넘겨준 자들과 다름이 없는 기회주의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을 나라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개’(犬)/‘개새끼’(犬者)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개 같은 놈”(如犬者)이라는 말은, 남의 행복과 안위는 아랑곳없이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여 기회가 되면 남의 행복, 남의 자유, 남의 인권을 빼앗아 욕망으로 가득 찬 자기 뱃속만 채우려는 자들을 말합니다. 이런 ‘개 같은 놈’들에게 착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은 늘 속아 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 옛 사람/어른들이 착한 후손들에게 경계하여 “죽 쒀서 개 준다.”는 옛말을 지어준 것 같습니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흔한 예를 하나 들어 봅니다. 《管子》(관자) 권20, 형세해편(形勢解篇) 여불초자(與不肖者)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없는 사람과 일을 함께 하면 반드시 실패하고 사람들에게 피곤함과 피해를 준다. 그러니, 가능치 않는 것을 억지로 가능케 만들 필요가 없다. 일의 이치를 모르는 놈에게 억지로 알게 하려 마라 이런 것을 일컬어 노력을 들인 만큼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與不可,強不能,告不知,謂之勞而無功謂之勞而無功, 欽定四庫全書薈要, 권58, 221쪽).” 여기서 노이무공(勞而無功)은 우리 옛말에 대입해 보면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가깝게 해당됩니다. 지금 한님(하늘)의 도움과 이 나라 민인들의 수고로 반통일, 반민주, 반자유의 독재적 권력이 독주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함께 나누어 먹는 영양가 있는 죽을 쑤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영양가 많은 죽 그릇을 들고 가는 사람/정당들이 헛되이 ‘개’가 먹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은 그 ‘개’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쒀놓은 영양가 있는 죽을 기회를 엿보아 먹어치우는 ‘개’처럼 기회주의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자가 당연히 ‘개’가 되리라 봅니다. 아직은 어느 정당이 개 노릇을 하고, 어느 정당의 수뇌가 민인이 쒀놓은 죽을 훔쳐 먹는 ‘개새끼’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거짓 민족중흥을 외치던 친일친미의 앞잡이 박정희(일본이름: 처음에 高本正雄이 김치냄새가 난다고 하여 강岡本實오까모토 미노루로 고침)처럼 기회주의를 갖고 있는 자일 거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는 민족을 팔아먹고, 나라의 민주질서를 파괴하고, 개표조작설(?)이 나돌 정도로 선거의 참뜻을 훼손시키고, 민인의 자유와 인권을 짓누르는 자들을 제 주인도 모르는 개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개들은 주인의 눈치를 보다가 틈만 생기면 죽을 훔쳐 먹습니다. 따라서 개 같은 사람/놈들은 기회주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석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음흉하면 〈그놈 밑구멍으로 숨 쉬는 놈〉이라 한다. 밑구멍으로 숨 쉬면 똥냄새밖에 날 것 없다. 정치가란 대개 밑구멍으로 숨 쉬는 놈들이다. 그러므로 그 하는 일이 썩은 냄새가 난다”(《함석헌저작집》,6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한길사, 2009, 88쪽) 만약 이번 총선의 결과를 이용하여 밑구멍으로 숨 쉬는 정당이나 당의 수장이 나온다면 그 놈의 목구멍에서 썩은 냄새가 날뿐더러 이 나라 인민의 뜻은 “죽 쒀서 개 주는”격이 되고 맙니다

. 정치가들이여, 밑구멍으로 숨 쉬지 말아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민인들은 저들을 잘 감시하여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지 말기를 바랍니다.(2016. 4.25, 醉來苑農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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