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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함석헌학회 추계 발표회 후기(後記)_함석헌 정신을 젊게 만들어야 나라가 산다!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13 08:28]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학회 추계 발표회 후기(後記)_
함석헌 정신을 젊게 만들어야 나라가 산다!


  지난 11일은 많은 사람들이 ‘11’이라는 해묵은, 마치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로 인식하며 바쁘게 보낸 하루였을 것이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은 말이다. 2011일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태어난 아기는 어떤가? 주민등록번호도 1이라는 숫자가 12개, 11이라는 숫자로 치면 6개의 다발을 특별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빼빼로 데이니 자장면 데이니 하는 것들의 문화에 별 관심이 없다. 다 알다시피 상술이 빚어낸 것이 아니던가. 그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그 문화를 향유하느라 애꿎은 지갑만 축나는 날이 서글프기만 하다.

  음력으로 11월에 태어난 필자도 어느 때는 생일도 가물거리기만 한데, 사람들은 11월만 되면 자신들의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 빼빼로 데이는 잊지도 않고 서로들 챙기기 바쁘니 아이러니 아닌가. 그날에 빼빼로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기도와 관심도를 측정하는 날이기도 하니 기대가 되는 날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빼빼로 교환을 통해서 서로 축하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술에 놀아나는 서글픈 문화 부재의 현상인 거 같아 씁쓸하기가 그지없다. 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필자도 그날 우리 집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돌아온 빼빼로로 군것질 좀 했으니.^^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의 요지는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동일한 날짜에 <함석헌학회>의 정기발표회가 있었던 날이었기 때문에 ‘11’에 얽힌 그날의 문화를 살짝 곁눈질 한 것뿐이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잊혀가는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을 빼빼로 데이처럼 맛깔스럽고 매력적인 것이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쉽지 않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계발이나 행복이나 자식 교육이나 주식 투자나 노후 대책이나 건강 댄스나 복지나 부동산 투기나 등산 동아리 등과 관련된 이른바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설명회나 모임이 아니면 아무리 훌륭한 연사나 강연자가 강의를 한들 성황을 이루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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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문학, 사상, 역사 등을 두루 섭렵한 한국이 낳은 사상가라 해도 손
색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사상가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재조명하고 우리 민족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자고 모인 학회가 <함석헌학회>였건만, 안타깝게도 필자의 나이 이하의 연구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시민들은 그러한 모임보다는 떨어지는 은행 나뭇잎의 안타까움을 달래며 산보나 산행을, 또는 세상을 한탄하면서 술잔을 기울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무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날 모여서 심도 있는 발제와 열띤 토론을 함께 했던 분들의 함석헌에 대한 애정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이익과 관심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정부를 비판하고 경제적 현실에 분노하면서 또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에는 열광을 하면서, 함석헌과 같은 사상가를 통해서 정작 자신의 이성과 정신을 방향성을 순수하고 정제되게 만들어 주는 사상을 간직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요즈음 우리는 인터넷을 비롯하여 스마트폰 등의 첨단 매체를 통하여 정치나 경제, 그리고 세계의 정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기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매체들을 통하여 습득된 정보와 판단이 아니라 나의 사상, 나의 생각, 나의 정신, 나의 이성을 통해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데, 필자는 그렇게 만들어 주는 인물이 한국이 낳은 세기의 사상가인 함석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상가의 사상을 통해서 이 땅의 현실과 이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이 열리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의 현실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꿈만 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유토피아는 ‘좋은(eu) 세계(topos)’가 아니라 정말 ‘어디에도 없는(ou) 세계(topos)’가 돼버리는 우리들만의 요행을 기대하는 정도로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면이 깊이 있는 사상과 사유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늘 유포된 정보나 지식에 의해서 나의 생각 없이 끌려 다니며 시비애락도 모두 타자의 것이 된지도 모르면서 내 것인 양 호도하고 떠벌리게 될 테니 말이다. 그날, 학회의 발표회가 다 끝난 다음 뒤풀이를 마치고 은퇴하신 한 교수님과 함께 지나오는 인사동 늦은 밤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생각”을 해야 이상이 현실이 된다는 함석헌 선생님의 바탈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위 사진은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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