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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지금 한미동맹관계, 정말 좋은가?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지금의 한미관계, 정말 좋은가?

스티븐슨 주한미대사가 한미 관계를 두고 “지금은 가장 좋은 시기”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난 해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 안보에 중요하다는 한국인의 인식이 90%를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을 무색케 할 사건이 보도되었다. 1978년 주한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를 경북 왜관에 묻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33년 전의 과거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안전권과 생명권이 주한미군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양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 국민의 대미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보(安保)라는 거대한 담론 역시 결국 우리의 안전권과 생명권의 연장선에서 의미를 갖는다. 설령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 국민에게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왔고 고엽제를 우리 땅에 묻어 우리 국민의 안전권을 위협해 왔다면 그들의 한반도 안보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고엽제 매몰이 한미관계를 재평가하는 데 우연한 계기를 제공하는 사건이라면, 최근 심화되고 있는 한미 대북 정책의 불일치는 한미관계의 변화를 감지케 하는 구조적 계기를 제공한다. 한미관계는 동맹 관계가 핵심이다. 동맹은 끊임없는 관리되어야 한다. 강대국이건 약소국이건 동맹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유혹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한미 간의 대북정책 불일치는 대북 쌀 지원 문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핵심을 차지한다. 동맹은 적국을 빼놓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적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하는 의견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은 동맹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동맹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관리된다. 즉 적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일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동맹을 관리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동맹 관리에서 한미 간에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 미국은 지금까지 수 차례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식량지원 의사를 타진했다. 동맹 관리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일관되게 대북 식량 지원을 반대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수차례 이명박 정부에게 북미 양자대화의 의향을 타진했다. 역시 동맹관리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미 양자대화를 반대했다. 최근 북미 양자대화에 앞서 남북핵회담을 진행한다는 새로운 형식이 제안되었다. 소위 ‘남북핵회담 - 북미 양자회담 -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반대했다. 베를린 선언이 그것이다.

특히 스티븐슨 대사는 4월 7일 “1~2개월 내에 좋은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반대 혹은 소극적인 접근으로 ‘좋은 상황’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동맹관리가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자신의 대북 접근법을 버리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접근법을 취함으로써 동맹을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대북 접근법을 고수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접근법을 변경시킴으로써 동맹을 관리할 것인가.

오바마 행정부는 후자의 접근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중 양국의 협력체제를 공고화해서 한미동맹을 관리하는 간접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1월 미중 정상회담과 최근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의 합의문은 그것을 입증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공동 목표로 하면서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하였다.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안정·번영을 유지하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미중 협의기구를 설립”할 것을 합의하였다.

이번 회담의 중국측 대표였던 다이빙궈(戴秉国,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말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국익을 존중하고, 중국을 견제하거나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고, 중국은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가고 미국의 국익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국익은 북측과 관련되고, 미국의 국익은 남측과 관련된다. 따라서 이 합의를 한반도 차원에서 해석해본다면 미중 양국은 한반도에서 양국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협의기구를 두어 논의하고 협력한다는 것을 합의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중 양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 경쟁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합의는 방향선회라고 할 수 있다. 즉 미중 양국이 지금까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면 앞으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모색의 배경에 동맹 관리라는 축이 존재한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즉 한미 동맹을 온전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미국은 미중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미 동맹 관리 즉 이명박 정부의 접근법을 선회시켜 자신의 접근법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최근의 한미동맹은 “가장 좋다”기 보다는 “가장 안 좋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가장 안좋은 한미관계’ 속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지금의 한미동맹이 가장 좋다는 스티븐슨의 발언은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최근 행보가 자칫 한미동맹에서 멀어지고 미중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보수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회유성 발언’인 것이다. 따라서 스티븐슨의 발언은 한미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2011. 5.20,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글은 <통일돋보기>73호에서 다시 불 수 있습니다. http://nci.or.kr/bbs/tb.php/032 new/99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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