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장창준의] 카터의 방북에 거는 기대

by anarchopists 2019. 12.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1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카터 방북에 거는 기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4월 26일께로 추진되고 있다. 4월 6일 카터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조약(peace treaty)과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인도주의적 역경을 벗어날 수 있게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방북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인도적 지원이 그것이다.

의제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색 국면을 돌파하는 데는 인도적 지원이 급선무로 보인다.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열쇠는 인도적 지원이다. 인도적 지원에서 핵심은 식량지원이다.

그렇다면 카터의 방북은 식량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모멘텀으로 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북미 양자 대화 재개로 이어질 성과를 만들 것인가. 물론 미지수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터 방북과 인도적 지원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점치는 단서가 보인다.
카터의 방북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동행한다. 더 의미있는 사실 하나.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이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검토를 할 때”라며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미 카터가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방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껄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식량 지원 문제를 갖고 공세적인 발언을 내놓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반기문 총장의 발언은 미 의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북미 양자대화와 대북 식량 지원을 역설해 왔던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면담한 뒤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발언은 더욱 무게감 있게 전달되고 있다.

최근이 상황이 보여주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이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4월 7일 “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전 사과와 비핵화가 이뤄져야 남북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미카터의 방북, 반기문의 발언에 대한 MB 정부의 답변 성격이다. 국제사회의 그같은 접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천영우 비서관의 발언대로 접근한다면 지미 카터의 방북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미 카터가 방북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인도적 지원 문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MB 정부는 그같은 합의를 인정하거나 존중할 수 없다. MB 정부에게 남북관계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점진적 대화 해법 vs MB의 선 천암함·연평도 사과 해법’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연 이 비대칭 게임에서 MB 정부의 버터기는 얼마나 가능할까. 또 하나의 변수는 북측이다. 최근 방북을 했던 미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북측이 남측의 사과 요구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측 언론매체에서 나오는 논조와 같다. 따라서 남북 변수만을 놓고 봤을 때 남북관계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북측이 지미 카터의 방북을 활용하여 북미 대화의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조선신보의 기사가 있다. 조선신보는 4월 6일 기사에서 “조선의 대화공세는 현 시기 국제정세의 큰 흐름에 부합한 것”이라며 “북남관계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조미접촉은 여러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적었다.

조선신보는
“조선이 ‘통이 큰 대화’를 통해 현안문제를 일괄타결하려는 것이 군대의 입장이기도 하다는 것을 밝힌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선신보의 기사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첫째, 북측은 남북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렇게 때문에 더욱 북미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둘째, 이는 국제사회에서 소위 온건파로 분류되는 북측 외무성만의 입장이 아니라 강경파로 분류되는 북측 군부도 이같은 접근에 동의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따라서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측은 남북관계의 경색과는 별도로 북미대화에 집중할 것이며 북미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신보를 이를 ‘통이 큰 대화’라고 명명한 것이다.

1994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서 지미 카터의 방북은 전쟁을 막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에 착수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MB의 광범위한 딴지걸기로 인해 한반도 긴장완화 해법이 좌초되고 있는 현 상황은 1994년을 방불케 한다. 지난 해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경험했던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한반도는 1994년보다 더 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미 카터의 방북이 1994년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2011. 4.8,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이글은 통일돋보기69호(http://nci.or.kr/bbs/tb.php/03)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본문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