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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금요칼럼

이제 국가가 농민을 보상할 때다

by anarchopists 2020. 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4/30 07:08]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 국가가 농민을 보상할 때이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농촌이 위기에 빠졌다. 더구나 올해는 농산물파동이 예견된다. 그러면 이러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국가가 농촌을 도외산 채 도시화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18세기 이후 인류가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농촌경제가 도시경제로 탈바꿈하였다. 그리고 도시경제의 발전을 위해 농촌은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우리 국가는 짧은 시간에 가시적 경제발전만을 이룩해내려는 욕심에서 선진자본국의 경험, 곧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모델을 무시한 채, 도시중심의 적자생존형 산업발달에만 매달려왔다. 이 때문에 우리 농촌은 도시와 도시민을 위해 여러 단계의 붕괴과정을 거치면서 혹독한 희생과 몰락을 강요당해 왔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는 일제침략기 만주친일파 출신의 산업화세력, 곧 친일ㆍ친미의 국가관료에 의하여 위로부터 강제된 적자생존형 정글시장경제이다.

이 탓으로, 한국의 정글자본주의는 ‘경제윤리’의 부재라는 오명과 함께 인간성이 상실된, 그리고 물신(物神)주의에 오염된 극단적 이기주의사회로 치달아가고 있다. 물신주의에 오염된 극단적 이기주의 농도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도시와 농촌 간 삶의 질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이제 우리 국가의 도시중심적 경제발전정책으로 농촌ㆍ농민이 어떠한 몰락과정을 밟은 지를 살펴보자

첫째, 도시중심형 자본주의정책에 따른 농촌과 농민의 피폐화가 이루어졌다. 남한사회 농촌은 해방 이후 이승만정권의 농지개혁(1949.6) 실패로 대농(大農) 중심의 부재지주(不在地主)가 대거 형성되었고 직접경작자인 농민은 대부분 소농(小農)으로 전락하는 농촌구조로 출발한다.

이 탓으로, 남한농촌은 ‘최소한 생계유지형 농민’ 내지 ‘겨우 먹고사는’ 소작농만 남게 된다. 게다가, 1960년대 이후 ‘조국근대화’라는 허울 아래, 도시가 확장되고 농촌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이 나타면서 농업노동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또한 1970년대 박정희의 미시적 경제효과만을 위한 ‘수출위주형 산업화정책’은 공산품의 경쟁력 있는 수출가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동임금의 상승을 압박해 왔다. 이러한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정책은 필연적으로 농산물가격의 저가정책을 수반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남한의 농촌은 지금도 국가의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도시경제중심의 편집성(偏執性) 자본주의 경제정책으로 구조적 재편을 강요당하고, 농민은 농민대로 국가경제력이 증대될수록 몰락해가는 ‘경제불구’(經濟不具)의 존재가 되고 말았다.

둘째,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농촌의 위기로 이어졌다. 한국농민이 ‘경제불구’(經濟不具)의 존재로 전락된 배경에는 도시중심적 산업화정책의 영향에 따른 전체 농업노동력의 감소에 있다. 남한농촌의 인구감소는 급격한 도시건설과 함께 시작된다. 농촌인구의 감소에 따른 농업노동력의 감소는 농촌사회의 임금상승과 함께 2모작 영농기피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또 정부의 계속되는 FTA체결은 식량작물재배의 감소를 부추키어 왔다. 그리고 작물재배의 다양성을 저해하여 기초시설비용이 많이 들고 농업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밭농사 중심의 다년생특용원예농업과 단조로운 과수농업의 발달을 가속화시켰다. 이렇게 정부의 도시중심형 자본주의 산업화정책으로 농촌의 인구가 크게 감소되었고 그 여파로 한국정서의 생산지인 농촌경관의 파괴는 물론, 농민개인의 농가부채 증가 등 농촌과 농민이 받은 피해는 수학적 계산으로 따질 수 없게 되었다.

셋째, 국가의 ‘농촌자본화정책’에 따른 농민의 삶의 질 파괴가 있게 되었다. 더구나 WTO체제와 FTA구조 이후 정부는 농촌의 자본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영삼 권력 이후, 비농업인구의 농촌유입을 확장하고 외부자본에 의한 농어촌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을 폈다. “농업회사법인의 무제한 토지소유”, “농지은행의 설립과 이를 통한 비농업인의 농지매입 허용”, “농업기반공사를 통한 농토 임대와 소유상한제 폐지”, “농촌에 농업편의시설의 건축허가”를 골자로 하는《농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농규모화의 부채질과 적자생존을 위한 소품종농작에만 농민을 집중케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여 작목의 협소화(생산농산물 품종의 감소)를 불러오게 된다. 또 작목의 협소화는 가격경쟁의 악화와 식량자급률 저하라는 역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지금 한국 농촌은 소규모의 개별농업과 집약농업에 의지하여 겨우 생존하고 있던 가난한 소농들은 사라지고 대농 중심의 자본농(資本農)들이 농촌을 독점하고 있다.

넷째, 국가의 무분별한 도시화정책으로 상대적 피해를 입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이상기후와 기온으로 받는 농산물 수확량의 감소현상이다. 지금의 불확실한 이상기후는 분명 도시인이 만들어낸 인위적 위험이다. 국가의 산업화와 도시인의 무분별한 환경파괴행위, 즉 공장매연ㆍ자동차 매연ㆍ산림의 파괴ㆍ오염쓰레기 배출ㆍ농토의 잠식과 공장건설 등은 대기오염으로 이어져왔다. 그리고 기상이변을 몰고 왔다. 기상이변은 때 아닌 우박과 서리, 그리고 예측불가능의 홍수와 가뭄현상을 야기시켜 기후와 날씨, 물을 핵심근간으로 하는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도시인의 환경파괴행위로 말미암은 인위적 자연재해는 곧바로 농촌지역의 농작물과 가축피해로 연결되고 있다.

이렇듯 여태까지, 농촌은 도시를 위해, 농민은 도시민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박탈당한 참정권의 축소와 정치적 권익의 침해, 그리고 인위적 기상이변으로 받는 물질적ㆍ정신적 피해보상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 발전은 물론 남한공동체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공유할 수 있다. 이제는 농민의 행복한 삶과 농촌의 천연적 기능을 더 이상 도시발전의 희생양으로 계속 남게 해서는 안 된다.(황보윤식, 미완작)




* 월요일부터는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 정대현 교수님의 글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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