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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종교편향 및 차별에 관하여

by anarchopists 2020. 2. 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8/11/17 13:10 Hwangbo]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명박 정권 종교편향 및 차별에 관하여


잃어버린 10년인지 강탈당할 10년인지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10개월 남짓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MB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건지! 결국 시간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전 정권이 무책임하고 무능력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 역사 이래 지난 10년만큼 세대와 차이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자 노력했던 시기가 있었나 생각합니다. 대립과 반목, 굴절된 역사를 살아온 이 땅의 국민들이 통일을 이야기하고 일방적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차별을 지적하고 평등을 지향한 가장 극적인 시간이 지난 10년이었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다시 되돌아가는 심정입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절망하는 것을 보니 고단했던 지난 역사가 참 허망할 따름입니다. 종교인의 한사람으로 이런 시대에서 신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듭니다. 독재정권 시절 많은 이들이 생명을 바치며 보여주고자 했던 예수의 길이 권력자들의 탐욕 앞에 온통 가려지는 것 같습니다.


MB는 차별 대통령입니다.


얼마 전 10월 1일 정부는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를 개소하였습니다. 이 센터가 생긴 이유는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의 종교 차별적 행태로 생긴 사회갈등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의 대통령들도 대부분 종교를 가졌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된 적은 제 기억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MB는 차별을 통치 원리로 삼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부자와 가난한 자, 기업과 노동자, 권력가와 약자, 주류와 소수자 등 이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고는 언제나 가진 자를 선택하고 약자와 소수자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가신들도 경쟁적으로 가진 자의 편임을 자처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MB를 1%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해서 강자들을 살리고자 하는 MB의 차별적 정책은 정치와 경제, 교육과 복지 모든 분야에 걸쳐 사회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약자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MB의 편향적, 차별적 태도에 관해 저희 같은 종교인들이 우려했던 일이 지금 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바로 MB와 정권의 실세들이 보여주고 있는 특정종교 편향과 배제의 문제입니다. MB는 국회의원 시절 기독교 TV 초청 간담회에서 불교와 스님을 모독하는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뉴스메이커 통권 583호). 당시 이 사건은 크게 불거지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지만 그 때 알아봤어야 합니다. 이후 시장이 된 MB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 한다는 발언으로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습니다. MB의 종교 편향적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은 대통령 당선이후 인수위원회 구성 때였습니다. 당시 야당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2008년 2월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독교 특히 소망교회 편향이라며 강력하게 문제 제기했습니다. 이 때 문건을 보면 인수위원회 절반 가까이가 기독교 신자이고 전체 인수위 중 16,7%가 소망교회 출신이었습니다. 특히 인수위원장, 기획조정위원, 경제 1분과 간사 등 중요 보직에 소망교회 인사들을 집중 배치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MB는 정권 초기부터 종교차별과 태도로 구설수에 휘말렸습니다. 종교편향과 배제로 인해 갈등이 표면화 되는 시점인 지난 3월 16일 MB는 보라는 듯이 뉴 라이트 대표 목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예배를 했습니다. 대통령도 사적인 삶이 있다고 하지만 종교적 갈등이 불거지는 시점에 오히려 특정종교편향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부 공직자들의 특정종교 편향과 왜곡된 종교적 신념은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MB가 임명한 김성이 복지부장관의 경우 “양극화는 신앙심의 문제다”라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었습니다. 김장관의 경우 이밖에도 논문표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등 과거 많은 비윤리적 문제가 있었는데 그가 MB쪽 라인이라는 점과 맹목적 기독교 신앙인이란 점이 오히려 많이 고려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앙공무원교육위원장 정장식은 공적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포항을 거룩한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했습니다. “모든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다”라는 발언은 청와대 경호처 차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현직 경찰청장은 특정종교 광고지에 대형교회 목사와 나란히 얼굴을 드러냄으로써 전국경찰들에게 자신의 종교성향을 피력하고 미필적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현재 이렿게 특정종교인들이 정치지형을 장악하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피력하는 점에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는 국민들의 비난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궁색한 대응으로 답변과 해결책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도 신자였더라도 불쾌감과 위협을 느꼈을 것입니다.


MB 정권은 현재 특정종교를 차별하고 배제합니다. 2008.6.20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에 사찰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알아보기 힘들게 만든 반면 교회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이밖에도 국토해양부 ‘경관법’, ‘경관계획수립지침’이나 ‘교육지리정보 서비스’, ‘학교현황 서비스’에서도 전통 사찰과 대형 사찰들의 정보가 누락되어 교회관련 정보와 달리 차별적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과잉 검문과정은 불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최근에는 MB를 적극 지지했던 일부 목사들이 불교를 폄하하면서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S목사는 설교 중에 은근히 자신이 이명박 당선에 도움을 주었다고 자랑하면서 MB의 실정을 비판하는 스님들에게 차마 성직자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스님들에게 “머리 밀은 싸가지 없고 정신 나간 사람들..., 웃기는 짬뽕”이라고 했습니다. J 목사는 “이명박 안 찍으면 생명책에서 지울거야”라는 무시무시한 설교를 했습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인기목사가 된 J 목사의 발언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그는 시사저널 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7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J 목사는 미국 뉴욕순복음 교회 설교 중에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다고 했답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불교도들에게 불쾌감을 넘어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MB식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입니다.


MB와 그의 권력 기반이 되고 있는 일부 기독교인들을 보면 예수가 우려했던 권력 지향적 신앙인들입니다. MB 측근의 성직자나 가신들 중에 우리 사회를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희생을 보여준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이런 문제는 아마 MB식 기독교가 갖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MB의 기독교 지지자들은 대개 강남의 대형교회 출신들입니다. MB역시 소망교회라는 한국의 대표적 대형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에 대한 지금과 같은 불신은 대형교회의 책임이 매우 큽니다. 대형교회들은 한마디로 배타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선교하고 개종을 강요합니다. 타종교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종교간 갈등을 야기 시키고 파벌주의, 물량주의, 자기우월주의 등 소아기적 신앙수준으로 신자들을 고착시킵니다. 대형교회들은 교회를 세습시키거나 성직자들이 과도하게 부를 축적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교회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몰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형교회들의 이런 반복음적 행태들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한국의 많은 중, 소 교회들은 이들을 성장 모델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 사회 주류 종교의 지도적 위치의 성직자들도 경쟁적으로 대형교회의 선교방식이나 운영방식을 닮아가려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형교회가 대부분 교회를 망쳐놓고 있습니다. 이런 천박한 종교 환경에서 훈련받은 기독교 인사들이 MB후원자, 정권창출의 동지가 되면서 최근의 종교문제를 더욱 불거지게 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MB와 친MB 기독교인들의 연합 아래에서 우리 사회 미래는 없습니다.

최근 친 MB계 기독교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들은 자청해서 MB의 친위대 역할을 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국민들 앞에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권력의 그늘 밑에서 창피한 역사를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종교가 권력과 같이 가서는 안됩니다.


MB와 미국의 부시 부자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MB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제2의 신앙처럼 받들고 있는데 기독교를 정치의 도구로 삼는 것도 비슷합니다. 미국의 부시 부자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자극해서 전쟁과 같은 폭력을 정당화 했습니다. 이들은 이라크 전쟁을 과거의 십자군 전쟁으로 비유하면서 공격의 명분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정치권력 못지않게 미국의 기독교 역시 언제나 사회 주류의 충실한 동반자로서 소수자와 약자들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했습니다. 기독교근본주의를 권력창출과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미국적 정치는 기독교근본주의자들에게 자주 발목이 잡힙니다. 미국의 정치권력은 기독교도들의 영향력과 표를 의식한 나머지 기독교를 넘어서야 하는 진보적이고 타당한 정책을 실천하지 못히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를 통해 한국 기독교가 보여준 모습은 외세 의존적이고 체제 수호적이며 지배이데올로기의 생산자 역할이었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이런 성향은 MB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통치 수단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MB가 기독교를 이용한다면 결국 뼈아픈 딜레마가 될 것입니다. 종교가 권력의 시녀가 된다면 그 권력도 종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권력이 손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불행했던 기독교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다종교 사회인 이 땅에서 특정종교 편향의 권력자들이 인위적 압력으로 종교지형을 바꾸고 그것을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면 그 혼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종교적 소명은 같이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종교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조건은 인간의 성장과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종교는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주어야한다"는 중세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처럼 종교는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갈등을 화해시켜주고 믿음을 회복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종교인들은 종교의 이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종파를 넘어서 서로 만나고 대화하며 상대방의 좋은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종교적 다름이 오히려 서로를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종교의 소명은 너와 나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나는 법을 찾는 것이고 함께 만난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지금보다 정의롭게 좋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 상식적인 종교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의 특정종교 편향과 배제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 평온했던 종교지형들이 얼룩지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불순한 의도가 있어 지금과 같은 종교지형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얼마 전 인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복을 입은 사제와 승복을 입은 스님 두 분이 길을 걷고 있었는데 초등학생 아이 한명이 스님 앞에 와서는 “마귀야 물러가라”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물론 신부님도 너무 놀라고 민망했다고 합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왜 누가 이 아이에게 이런 왜곡된 신앙심을 심어주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타자에 대한 배제와 미움을 심어준 이들이 정말 대마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종교적으로 미성숙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긍정이 더 큽니다.

최근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이 오체투지에 나섰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후배로서 이분들의 삶과 선택들이 너무 부럽고 한편으로는 부끄럽습니다. 부처의 삶을 살고 예수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이 종파를 넘어서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하늘나라에서 이분들과 같은 모습이라고 상상합니다. 단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부처와 예수를 갈라놓고 예수를 따르는 이들 조차도 만나지 못하게 편을 가르는 것입니다. 스님과 신부님 가시는 길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때론 뒤에서 동행하십니다. 이분들의 용기와 헌신이 바라보면서 우리는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이 사회를 깊이 통찰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체투지의 길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거짓과 가면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권력의 사악한 본질을 좀 더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신자들이 오체투지에 함께 참여하자고 합니다. 신자들과 함께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희망이 어디로부터 오고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2008.10 정병덕 신부,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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