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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이명박의 부메랑과 천안함사건

by anarchopists 2019. 12.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3/0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꽃놀이패였던 천안함, 악패로 돌아오다

지난 해 3월 26일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게 꽃놀이패였다. 자신이 추진했던 대북강경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북한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했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정부의 부실한 천안함 조사는 봉합된다.

천안함 이전에도 북미대화에 딴지를 걸어왔던 이명박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북미대화에 딴지를 걸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쥐게 되었다. 지난 해 7월 미 행정부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추진했을 때 “천안함 사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고위 인사들의 방북은 시기 등을 포함해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데서 꽃놀이패의 위력은 확인되었다.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데서도 천안함은 단연 최적의 논리였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없이 남북관계는 단 한 발도 진전될 수 없다”는 논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혹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한반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천안함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마저도 천안함 변수가 박탈해갔다. 2월 초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과만을 주장하며 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러나 최근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3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경축사 발언이 그것이다. 언론이 대서특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연평도,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무력도발’이라는 둥그스름한 표현을 사용했다. ‘사과’라는 표현은 ‘책임있는 행동’으로 대체되었다.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첫째, 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가장 강조해왔던 세 단어를 뺀 것일까. 둘째, 3.1절 경축사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첫번째 질문부터 접근해보자. 전언에 따르면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진노했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회담 결렬의 책임이 결국 남측으로 전가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사실 북측은 군사실무회담 결렬 하루 뒤에 회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거론하며 “더이상 (남측 당국을)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일돋보기 62호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회담 결렬에 대한 북측의 공개적인 비난은 이명박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미국과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우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회담 과정에서 남측 당국의 발언을 봐라. 남측은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의지가 없다.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미중 양국에 보낸 것이다. “향후 긴장악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군사회담 이후 꽃놀이패는 북측이 쥐게 되었다. 북측은 강경한 군사도발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노는 바로 이같은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분석 능력을 수준 이상으로 평가해도 될 법하다.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결렬 이후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한미 양국은 예정대로 키 리졸브 훈련을 강행하였다. 예상대로 북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참화’, ‘서울 불바다’ 발언이 연일 나왔고, 3월 1일 북 외무성은 “정당방위를 위한 우리 군대의 물리적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모처럼 마련되던 대화와 긴장완화의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근거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한미 관계의 특성 상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이 이명박 정부에게 들어왔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긴장을 격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미국측의 요구이며 비록 지금까지 천안함을 명분으로 미국측의 북미대화 기류를 잠재워 왔던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군사실무회담 결렬에 진노한 배경이고, 3.1절 특사에서 유화적인 발언을 하게 된 이유이다. 한반도 긴장격화가 감당가능한 상황이 아니라 연평도 사건과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한미 양국의 인식이 3.1절 경축사 발언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이제 두번째 질문에 답할 차례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화할 것인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이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경축사가 진지하게 대북정책을 검토한 과정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상황 악화 우려에 대한 일시적 반응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자라면 대북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후자라면 기존 적대정책이 지속될 것이다.

지난 해 초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연내’에 개최될 것 같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변화는 없었다. 강경정책의 지속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민족문제와 평화통일에 대한 철학의 없다보니 시류에 이끌려 이럴 땐 이런 발언, 저럴 땐 저런 발언을 내뱉는 격이었다.

두 가지 전망 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현재로선 후자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당장 MB의 대북정책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 부재가 그 첫번째 근거라면,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인적 구성원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두 번째 근거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3월 1일 일선 부대를 방문하여 “작전 시행 시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미 대화를 제의하는 문서에서 북측이 “이대로 놔두면 한반도에 핵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적었던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동맹국인 미국측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미국의 대북대화 재개 분위기만 감지되면 미국으로 날아가 북미 대화를 반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돌아오는 북미 대화 딴지걸기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상황 악화 껀수만 찾는 관료들이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즐비한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분명히 있다. 첫째,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연평도 사건 못지 않은 격렬한 군사적 충돌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같은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 북중미 삼국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몽니가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국제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각으로 3월 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존 케리 외교위원장, 보즈워스 대북특별대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하나같이 북미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사례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게 꽃놀이패였던 천안함이 1년이 경과한 지금, 악패가 되어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2011.3.4,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글은 민주노동당 세세상연구소의 기관지 통일돋보기65호에서 보내온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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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네이버 싸이트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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