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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카터의 방북, 성공해야 하는 이유

by anarchopists 2019. 12.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1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만에 하나 카터 방북이 실패한다면?

지미 카터의 4월 말 방북이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리게 하는 많은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4월 12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고 나서 “(천안함·연평도) 사과가 6자회담 재개에 직접적으로 연결돼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4월 7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전 사과와 비핵화가 이뤄져야 남북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던 것에 비해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변화
한편 위성락 발언이 나오기 하루 전날인 4월 11일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남북 수석대표 회담 - 북미 수석대표 회담 -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이라는 삼 단계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4월 7일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과 커트 캠벨이 동시에 중국을 방문했고, 우다웨이의 이같은 발언은 김계관 부상을 만난 이후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북중미 간에 일정정도의 양해가 구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남북 핵회담’을 강조해왔던 MB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북중미 간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성락 역시 이 문제와 관련한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간 회담이 이뤄질 경우 두 사건(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다룰 것이냐’라는 질문에 “서로 정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중국측이 제안한 6자회담 재개 3단계 프로세스를 한국 정부도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카터 방북이 성공하고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조만간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을 하게 한다.

여기에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도 거들고 나섰다. 4월 7일 스티븐슨은 “북한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 여러 접촉과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한두 달 내 좋은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녀는 또한 “미국은 과거 북미 간 ‘살라미 협상(하나의 카드를 여러 개로 나눠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을 더 이상 원치 않으며 대북 대화의 틀과 격식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고 언급함으로써 카터 방북의 새로운 목적을 암시하기도 했다.

카터 방북 목적 재분석
사실 카터 방북에 앞서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합의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카터 방북은 6자회담 재개 동력을 확보하는 것에 있지 않음이 확인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합의가 목적이라면 굳이 카터가 방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터 방북은 다른 목적, 즉 보다 큰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것이 무얼까. ‘살라미 협상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스티븐슨 발언은 보다 포괄적인 해법을 미국이 원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오바마 대통령을 위시한 미 행정부에서는 북측의 핵무기 포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 의구심이 풀려야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고, 강경파들의 협상 반대 목소리도 잠재울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설득’도 가능하다. 따라서 지미 카터의 방북은 북측의 핵포기 의사를 보다 분명히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같은 방북 목적이 성공한다면 향후 재개되는 6자회담은 속도감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는 유리한 정치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따라서 스티븐슨이 “(2~3개월이 지난) 그때도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매우 좌절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 한 것은 카터 방북이 실패했을 경우 나타나게 될 파국적 상황을 염려한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은 카터에게 미국이 원하는 답을 줄 것인가. 이미 통일돋보기 69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북측은 미국과 ‘통이 큰 대화’를 준비하고 있고, 군부도 이에 동의를 했다. 북측 역시 미국에 대한 강력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과연 북이 우려하는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오바마 행정부는 그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줄 수 있는가. 북측은 카터를 통해 이같은 미 행정부의 의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소위 ‘통이 큰 대화’이다. 카터가 언급했던 평화조약(peace treaty)은 북측이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답변이다.

따라서 북미 양측은 카터라는 인물을 매개로 하여 ‘핵포기 vs 평화조약’이 거래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하려 하는 것이다. 만약 이같은 거래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북미 양측이 갖게 된다면 6자회담은 그야말로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것이며, 카터 방북과는 별도로 현재 진행되는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위한 외교는 카터 방북이 성공할 경우 이를 하루빨리 추진하기 위한 북미 양측의 전략적 요구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카터 방북 실패의 경우
따라서 카터 방북은 미국이나 북측이나 대단히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카터 방북이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속도감있게 한반도 문제 해결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좌절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북이나 미국이나 상대방을 더욱 불신하게 될 것이며, 불신은 적대의식을 강화하고, 적대정책과 적대행위를 강화한다. 이같은 상승 악화 작용은 현재 논의되는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마저도 중단시킬 것이다.

4월 3일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측 대표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가중되면 될수록 자위적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북측은 카터 방북이 실패한다면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등의 초강수를 펼칠 것이다. 미국 역시 이에 제재 강화로 응수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것이다.

남북 관계의 긴장 역시 고조될 것이며, 대북전단 살포, 대북 군사 훈련 등을 빌미로 제2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재발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최고조의 긴장국면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위기는 북미 모두 우려하고 있으며 바로 그 우려 때문에 현재의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카터 방북이 실패했을 때 예견되는 파국적 상황은 카터 방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인 것이다.(2011.4.15,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이글은 《통일돋보기》70호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ci.or.kr/bbs/tb.php/03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싸이트 네이버에서 따온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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