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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끝났다. 이제 새나라를 만들자

by anarchopists 2020. 4. 16.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끝났다. 새 '나라'를 만들어야

‘코로나역병’이 만연한 가운데 4.15, 21대 나라의원을 뽑는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를 토대로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선(善)한 정치꾼들이, 비교적 선하지 못한 정치꾼들보다 의석수를 많이 차지하게 된 데에 안도감이 인다. 그렇지만, 의원이라는 것은, 선하든 선하지 않던, 엘리트 권력자로 둔갑된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번에 의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몇 사람이 다시 의회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나라와 사회발전에 훼방꾼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는 사람들이다. 딱히 집어서 이야기하면, 홍준표, 태영호, 권성동 등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이들로 인해, 다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면서 나라발전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까 우려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나가야 할 과제들을 생각해 본다.

이 나라는 오늘날까지, 주체적 자결권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일제 병탄(倂呑)으로 이 나라 민인들이 노예가 된 상태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랬음에도 미국에 의하여 민족과 영토가 분단되고 남쪽은 미국의 배후 조정을 받는 간접 식민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탓으로 여태까지 ‘반공 자유주의’와 ‘독재 민주주의’ 세력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국민들을 우롱해 온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역사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의 인지(認知)가 깨어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서 ‘반공’과 ‘독재’라는 개념을 지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선거혁명으로 가능하였다. 이를 통하여, 적어도 권력자이긴 하지만, 부유층의 재산 보호보다는 빈곤층의 복지를, 나라의 분단과 전쟁보다는 평화와 통일을, 인권의 탄압보다는 인권존중을, 권력의 비대보다는 권력의 축소를 지향하는 권력자이기를 바래는 통령(統領)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김대중(15대, 1997. 12.) 노무현(16대, 2002. 12.), 문재인(19대, 2017.5)들이 그들이다.

이렇게 되자, 이 나라/사회에는 못된 정치꾼과 야비한 언론들의 수작(酬酌)으로, 진보와 보수라는 두 세력을 은연중 형성하고 만연케 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전혀 엉뚱하게 왜곡되어 있다. 곧 보수(保守)=애국자=민족중흥=친미자유=자유민주주의 세력, 진보(進步)=빨갱이=민족반역=반미공산=좌파친북세력이라는 엉뚱한 등식이다. 이러한 등식과 유행은 크게 잘못되었다.

보수와 진보는 다 같이 개혁/혁신하는 세력이다. 곧 이 나라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력들이다. 다만 두 용어의 차이가 있다면, 보수와 진보는 사회발전/개혁/혁신을 하되, 그 속도를 빨리(급진적)할 건가, 늦출(점진적) 건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곧 보수집단은 “보다 집단적이면서, 개혁에 소극적이고 점진적 태도”를 갖는 세력들이다.

진보세력은 자신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초월한다. 이들은 전체 사회변화/발전/혁신에, 그리고 삶의 질적 향상에 보다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 진보세력은 인간의 본질에 충실한다. 인간의 천부적 인권/자유을 수호하려는 데 관심을 보다 많이 갖는다.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착취, 사회적 편파, 문화적 불이익에 의하여 인간의 천부인권의 유린, 경제적 불균형,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인간의 자유, 그리고 인권을 제한/간섭하는 제도와 법률 등을 고쳐 나가려 애쓰는 세력이다.

따라서 지금 이 나라/사회에서 보수를 자유민주주의자, 진보를 공산주의/사회주의자로 편을 갈라 말하는 것은 개념 파악 자체부터가 잘못되었다. 이러한 잘못된 개념이 시회에 유통되도록 내버려 두는 지식인들은 스스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불순한 정치꾼과 야비한 언론들에 의하여 혼돈/왜곡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만연되어 왔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진보다 보수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사회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라의 중심은 무엇인지”를 놓고 따질 때이다.

이번 4.15총선에서 민심(民心=天心)은 그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의(民意)는 명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민심은 보수와 진보를 따지지 않았다. 평화통일세력이 누구냐를 물었다.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제대로 가는 나라발전에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을 하는 정치꾼은 누구인가를 물었다. 남의 인격을 모독(되먹지 못하게 남을 폄하)하는 정치꾼은 누구인가/어느 정당인가를 물었다.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꾼들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미래통합이라는 허황된 꿈을 남발하는 정치꾼은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리고 권력탐욕적 정치꾼들을 몰아냈다. 보다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 있는 정당을 선택했다.

이와 같은 총선 결과를 보았을 때,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가’가 아닌 인간 중심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국가와 나라는 그 개념과 본질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함석헌은 진작부터 ‘나라’와 ‘국가’에 대하여 확연한 구분을 해왔다. 나라와 국가의 개념을 요약하여 간략하게 말해 보자.

함석헌에 의하면, 나라는 사회적 의미의 전통적 나라를 말하고, 국가는 정치적 의미의 근대적 국가를 이른다. 곧 ‘나라’는 인간성(인정과 의리)과 영성에 근거를 둔 관습법(불문법)으로 유지되는 전통사회를 의미한다. 전통사회에서 나라의 지도자(엘리트)는 덕망을 갖춘 자였다. 그러나 역사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적 자각과 탐욕이 생겼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능적 교만을 지닌 ‘어떤 분자’가 나왔다. 이 ‘어떤 분자’는 지배욕/탐욕을 발동시켜 나라를 도둑질했다. 나라를 도둑질한 자를 역사에서는 영웅(英雄)이라 부른다. 이들 정치적 영웅은 복잡해진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을 방어하기 위한 권력의 보호수단으로 성문법(成文法)을 만든다. 그리고 이 성문법에 의해 민인/인민을 강제하고 압박한다. 성문법에 근거하여 인민을 강제(이를 권력자들은 질서를 위한 사회통제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하는 정치적 영웅이 나타나면서 전통사회의 ‘나라’가 근대사회의 ‘국가’로 양태변화를 하였다. (《함석헌저작집》 12권, 한길사, 2009, 50쪽)

함석헌은 국가주의를 외치며 정치(엘리트 권력)하는 자(영웅주의/기회주의자)들을, 참된 사회질서를 가지고 있는 나라를 도둑질하는 권력자들이라고 하였다. 이들 국가의 권력자들은 자기한테 유리하게 법(바이마르 헌법, 유신헌법 같은)을 만들고 힘을 소유한다. 이 탓으로 정치적 분쟁이 야기되었다. 정치적 분쟁을 통하여 권력을 장악한 이들은 양심과 도덕/윤리를 무시한다. 뿐만 아니라, 나라사람(민중=씨알=인민)도 무시한다. 이들은 언제나 권력정치만을 추구한다. 바로 씨알/민인/인민/민중을 무시하는 정치다.

함석헌은 이렇게 권력지향적인 나라를 정부지상주의, 국가지상주의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정부/국가지상주의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번 4.15총선의 결과는 바로 국가주의에서 나라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하늘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 사는 사회는 국가가 먼저 아니다. 사람과 자연이 중심이 되는 나라가 먼저여야 한다.

이번 총선이 말해주는 것처럼 진보와 보수를 놓고 싸우는 시대는 지나갔다. 좌파정권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평화를 더 원하고 있다. 행복사회가 오기를 더 바랜다. 이제 달콤한 말로 나라사람(씨알/민인)들을 호도하고 바보로 만드는 그런 침 바른 입놀림은 사라져야 한다.

세계가 평화주의를 지향해가는 이 때에 민족분단을 부채질하고 전쟁분위기를 권력에 이용하려는 그런 야비한 권력자와 약삭빠른 의회의 엘리트의원들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기회에 ‘세월호사건’(왜 침물했을까, 선장의 잘못인가), ‘천안함사건’(정말 북의 소행인가, 어떤 나라의 잠수함 탓은 아닌지) 등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개성공단도 다시 가동되어야 한다. 금강산도 다시 봐야 .

또한 독재자 박정희 때, 유신헌법의 긴급조치로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늙어가는(이미 죽은 이도 있다) 사람(유족 포함)들도 구제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를 또 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의회권력을 대폭적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곧 의원특권을 과감하게 없애라는 거다.(2020. 4.16 새벽, 함석헌평화연구소, 황보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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