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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박석률의 토요시사

[박석률의 토요시사] 오바마의 요구, 말 들을 수 없다

by anarchopists 2020. 1.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2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오바마의 요구-‘수출의존에서 변해야’,
각국 정상들 말 안들 수밖에.

1. 지난 G20 정상회의(11일)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수출의존에서 크게 변해야 한다.”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내 ‘양적완화’를 하여 ‘글로벌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원인과 결과를 도치시킨 채 처방을 제시한 것이다.

각국이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초래됐다면, 왜 미국은 제조업에 투자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안했던가? 제조업 공장을 해외에 이전시키고, 아웃소싱(*1)을 늘리면서 미국 내의 근로자들로부터는 일자리를 빼앗은 데다, 기술혁신에 써야 될 달러를 금융상품 거래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치중시켰다는 것이 경쟁력을 약화시킨 원인인데도 이를 바로잡을 생각하고는 아직 거리가 멀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미국이 이미 1960년대 초에 철강을 수입했었다.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가 만들어낸 자동차가 왜 자기 나라 시장에서도 밀리고 있는가? 한국과 일본더러 자동차를 수출하지 말라고 해서 미국 소비자들이 자기네 빅3가 만들어낸 자동차를 타게 되는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자기 요구대로 강요한다고 해서 성능이 뒤떨어진 것은 문제없이 미국 자동차가 마음대로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것 같다. 그러면서 금융규제 완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이용한 달러 찍기를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2.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파산하는 은행과 금융회사들을 붙잡고 국제적 규제 강화도 좋고, 국제적 감독 감시 기구의 설치도 좋으니 유동성만 공급해달고 하던 미국이 아니었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유동성공급은 자기네 국채매입만으로는 한계에 달해 있어 중국 등이 미국 국채를 인수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은 기억에서 사라졌는가?

2008년 워싱턴 G20 첫 회의 의제로 다루어졌던 것들이 이제 슬슬 자취를 감추고 세계경제위기를 방지하려는 대책을 내놓자는 애초의 정신은 퇴색해버리고 있다. 금융투기시장이 다시는 세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해서 최소한의 책임을 묻겠다는 G20 첫 회의 정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G20 비즈니스 서밋에 120여명의 각국 TOP CEO들이 함께 모여 세계무역 및 투자, 금융서비스, 경제성장에 대한 기업의 우선권을 논의하는 마당에서, 더 많은 무역 및 투자 자유화, 금융 자유화, 공공서비스의 자유화를 촉진시키려는 방안들이 논의 되는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에 대한 규제조치는 이제 ‘말잔치’ 정도로 끝날 것이다. 모든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는 금융거래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때마다 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3.
2010년 7월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한국, 브라질F 등 12 개국의 집단에게 위임한 금융거래세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0.005%라는 작은 세율을 제안한 바 있으나 현안 의제의 하나로 오르지 않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아 금융위기를 불러온 장본인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하는가 하더니, 수많은 금융로비스트들을 동원하여 금융거래세 부과 논의가 물 건너가는 데까지 왔다. 뿐만 아니라, G20 비즈니스 서밋은 2011년까지 WTO의 도하개발 아젠다(DDA) 타결을 촉구하며, 무역과 투자의 G20 영구의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를 불러 온데는, 금융자유화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체제도 커다란 원인을 제공했다. 대부분의 양자간(두 지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금융자유화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무역과 투자체제를 저해한 원인이 되어 각국 간의 불균등 발전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는 이를 극복할 대안을 논의의 자리에서 배제하고 있을 뿐이다.

기왕의 G8이 사실상의 주도권을 연장하고 있는 G20 회의가 아니라 G192 또는 유엔 경제회의 프로그램이 존중되는 방식이라야만 각국 간의 불균등발전이 강요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경제성장과 금융투기는 빈곤국도 잘 살 수 있는 목표일 수 없다. 멀쩡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IMF의 간섭을 받은 뒤로 정체 또는 후퇴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이미 경험된 많은 사례들 중의 하나이다.

새로운 경제 모델 및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로의 이행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대에 와 있다. 새로운 모델로의 이행 단계에서 우선 선행하여 다루어져야 할 것들이 지적되고 있다. 거대 금융기관의 해체(*2), 투자기능과 상업기능의 분리(*3), 조세피난처폐지, 통화와 상품에 대한 투기 폐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통제화와 법적 체제로의 인입과 같은 규제조치들은 당면 방안으로서 절실한 것들이다.

4
. G20 회의는 자본과 금융의 자유화, 무역의 자유 확대만을 고수하여 새로운 자산 가치 폭등과 신용팽창으로 미구에 더욱 심화된 경제위기가 예비되고 있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 수 있는 데도 이를 방치하며, 무역, 금융, 기후변화, 개발원조와 같은 이슈에 이르는 광범한 영역에서 실질적 측면은 거의 다루고 있지 않으면서 자기의 지배권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G20 회의가 합의한 것들을 발표하는 것을 들어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2010.11.12., 박석률)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1. 아웃소싱(outsourcing)은 어떤 기업이 자기 회사에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관련제품의 프로젝트나 제품의 생산ㆍ유통ㆍ용역 등을 외부의 전문가에게 위탁하여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대체로 대기업에서 행하는 행위로 제품생산의 비용절감을 노리는 방식인데 이 결과로 전문가 양성을 위한 투자비용의 절감, 연구비 투자의 불필요, 전문직의 교육훈련기간의 단축 등, 기업에는 현상적 이익이 발생하지만 사회적으로 취업률의 감소,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질의 저하, 무책임한 상품 공급이 이루어짐으로써 인간존중성이 없게 된다.

*2. 금융기관의 해체: 금융위기를 가져온 하나의 장본인들이 해체를 피하여 두, 셋의 은행들만이 파산되었을 따름이고 나머지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다시 살아나 있다

*3. 투자기능과 상업기능의 분리: 상업은행의 신용창조 범위 내에서는 자산가치 폭등이 초래 될 수 없다-상업은행 건물 내의 몇 명의 직원들이 장부상 거래로 파생금융 상품에 투기한 막대한 액수는 실로 파악하기 곤란한 정도이다. 부채증권을 채권 자산화해서 몇 십 배의 레버리지 방식을 이용해, ‘돈이 동을 버는 경제’라는 것을 내세웠던 제조업 생산과 관련 없는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의 온상은 아직 정리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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