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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박석률의 토요시사

남북 사이 새로운 긴장조성, 격화되고 말 것인가?

by anarchopists 2019. 1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28 06:46]에 발행한 글입니다.


남북사이 새로운 긴장조성 격화되고 말 것인가?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 문화의 성과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발전의 속도가 빨라져 우리 세대들이 사는 세기는 과거 2천년의 성과를 단 20-30년 사이에 갱신하여 새로운 성과를 쌓아올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은 1세기 전 또는 반세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 변화를 이루어 이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전 세대들은 재충전하기에 바쁠 만큼 분주하게 살아야 하고, 차세대를 이끌어 갈 동량들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는 전인미답의 길을 그 어느 때보다 활기 있게 열어제치는 역동적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사회정치경제분야 특히 한 사회를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사회정치분야는 지금 이러한 세기적인 발전의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후진적 작태에서 계속 답보하는 답답함을 스스럼없이 연출해 주권을 가진 국민들을 여간 실망시키고 있는 게 아니다.

- 분단된 남북체제 하에서 오늘 당장, 내일 모래 당장 남북이 하나로 될 수 있다는 꿈같은 얘기로 현 상황을 가리 울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정치 분야는 누가 보기에도 여러 사람의 의지와 결의가 수렴되어 가는 관계로 세력 있는 권력층, 기득권층의 맘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북미간의 대결을 종식하고 상호 존중하는 상생 공영의 시대로 변전시켜야 하는 과제는 1953 휴전체제이후 가장 선결적인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워낙 거시적 행보의 반경 속에 있는 문제이라서, 상황관리 수준 정도로서는 근본적 진전이 어렵다는 것은 지금 한반도에서 생을 누리고 있는 사람은 너나없이 이미 체득하고 있다.

-북미간 대화의 전진과 결렬의 과정을 살펴보면 대개 그 대화의 시초동기부여 자체가 미국의 대통령선거 또는 중간 선거 시기와 맞물려 전개되어온 특징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관제 학자들과 수구 언론의 나팔 불기에 별로 기대치를 표명할 수는 없다.

-현재도 북미 대화의 결렬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 하고 그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것을 그냥 관전만 하고 있는 듯한 입장들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악화를 피할 정도의 범위에서 2.29합의 시까지의 대화가 전개된 것으로 보아도 별로 틀림이 없을 성 싶다. 피차에 쌍방의 주장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터에 나중에야 그럴 줄 몰랐다는 것은 사회정치 분야의 상식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남북이 대결의 격화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역사적 성과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공준, 가치 재확립의 정신이 필요하다.특히 이 정권을 맞이하여 수십 년간 쌓아올린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여러 사례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나간다면 옛날 같았으면 역천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족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50년전 끌어내린 독재자의 동상이 어찌 오늘에 와서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는 말인가. 이승만은 4.19희생자들에게 미안스런 마음이었다고? 독재자는 모름지기 그 독재통치에 대한 평가에 겸손하게 부응하고 필요한 만큼의 대가(代價)를 치르는 절차를 거쳐야 화합을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청산의 기본부터 지키지 않는데 우리 국민들이 독재통치에 대해 아무런 사과와 참회, 고백을 듣지 못하고 유야무야 하는 역사를 용납하는 순간 새로운 독재의 망령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남북 양 당국자는 상호 비방 중상 금지부터 서로 합의했다고 공언을 했다. 이것은 1972년 7.4남북공동선언 제1 첫머리에 나오는 합의사항을 말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참화를 겪어온 세대들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상생 화해와 공존의 입장에서 분단시대가 악화되지 않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런데 분단체제하의 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송곳 찌르듯이 대결을 격화시키는 상호비방, 중상을 늘어놓는다면 남북간의 정세는 불을 보듯이 뻔하게 일촉즉발의 지경에 도달한다.

-상대방의 체재에 대한 비판이던 비방이던 모두 중지하고 불간섭하기로 하여,'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 체재를 초월하여 우선 남북으로 분단된 민족의대단결을 도모한다.'는 이 하나의 합의가 박정희독제정권 하에서 얻어진 것이고 서로 이를 승인함으로써 분단시대를 관리하는 룰로서 존재해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성과를 무(無)로 돌리려는 무모한 논평과 자극적 언사들은 모두 역사를 퇴행시킴에 다름 아니다. 분단 시대를 살아온 국민들은 양 체제 중에 어는 것을 선택하길 강요받은 상황의 1945-50년 시기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아니다. 대단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으나 53년 휴전체재 후의 세대에 있어서 사회경제체재의 문제는 이미 생득적으로 주어진 측면이 강한 만큼 이쪽이냐 저쪽이냐 가려서 대꼬챙이로 사람을 찔러대고 몰아내서 가려야 할 문제가 아니다.

-남과 북의 주어진 경계 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 협력하여 분단을 종식시키자면 냉전시의 체재 경쟁이 아니라 상호인정하고 이를 초월해 번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교류 협력을 진전시켜 진실로 대화의 상대로 서로 존중하면서 대면해 세기적 분단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시기를 앞당겨 오는 길이 첩경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미 수십 년 전에 어느 구석에서 틀다가 그만둔 스테레오 레코드판을 또 다시 돌린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남쪽에서 농지개혁을 제대로 잘 했나? 북쪽에서 농지 개혁을 잘했나? 대통령이란 헌법기관의 직무상 행위에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불러들이지 않는 한 면책권이 주어져 있다.(다른 나라는 안 그렇다는 곳도 있지만--)

설사 국회의원,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남북간 당국 사이에서 합의한 문서들은 그것이 서로 다는 나라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이라고 하지는 않으나,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봐야 한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그보다 작은 범주의 문제에 대해 남북 사이 맺은 약속을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상대방의 눈에 티끌만 끌어내려고 하고 내 눈 속에 있는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면 결코 화해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작금 남북이 주고받는 언사를 보면 정말 그런 말도 있었나?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말들이 오고가고는 한다. 휴전선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상호 비방 방송을 중단시키는 데 거의 반세기의 세월이 소요됐었다. 이제 좀 철책선 상에서는 없어지나 했더니 이 정권 들어서 하루아침에 수십 년을 거슬러 퇴행시키는 사태들이 자행되었다.

-남북은 애초에 하나의 공동체였으나 이제 사회체제를 달리하며 대립과 대결을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반목하는 길로 내몰리고 있는 것을 분단 시대를 벗어나려고 하는 많은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대립, 대결을 더욱 격화시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은 역사적으로 전쟁상인 또는 생래적 분렬주의자들밖에 없었다.

-남북이 서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로 공방을 계속 이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남쪽에 있는 우리는 직, 간접으로 얽혀서 살고 있는 인간관계의 밀접도 때문에 우선 남쪽의 이 정권에 바란다. 자라나는 제2세대들을 생각하라. 독재자 박정희도 남북사이의 상호, 비빙 중상보다는 서로 다른 이념과 사상, 체재를 초월하여 우선 남북이 단결하는 것만이 민족사가 걸어야 할 대도라고 보는 데 이견이 없었다.

북의 평양에 가서 상품전시관도 개장하고, 남쪽의 서울에 와서 북쪽도 선전도하고 전시도 하게 합시다 라는 것이 박정희 특사 이후락의 당시 발언이었다.그런데 어떻게 남쪽의 정권 담당자가 박정희 독재 시보다 훨씬 역행적인 적대와 대결을 불러일으키려 할 수 있나.

-자제를 바라고 혹여나 한탕해서 이목을 끌려하는 식으로 남북관계의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기를 모두가 바란다.(2012.4.26., 박석률)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징 위는 경향신문(2010.8.23D일자) 아래는 다움 아고라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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