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세상 바로 보기

[길을 묻는다] 이제는 국가주의를 반성할 때가 아닌가.(마지막회)

by anarchopists 2020. 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4/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는 국가주의를 반성할 때가 아닌가.

7. 자치적 지역공동체로 가자
우리시대 인간은 국가주의가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통치권력ㆍ자본권력ㆍ언론권력을 한 축으로 하는 지배권력과 국민(인민)으로 불리는 피지배권력층으로 나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치권력ㆍ자본권력ㆍ언론권력이 돈을 벌어들이는 계층이라고 한다면 피지배권력은 대부분 저임금에다 잉여노동까지 착취당하는 계층이다. 일부는 노동의 재생산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저임금이다.

지배권력자들이 볼 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인간보다 돈이다. 인간의 바른 양심과 보기 좋은 교양보다, 돈 버는 게 더 중요하다. 권력자들에게는 그저 먹을 수 있으면, 그저 입을 수 있으면, 그저 건강할 수 있으면,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호화롭게 말초신경적으로 살면 된다. 인간의 윤리, 인간의 양심, 인간의 교양 따위는 관심 밖이다. 환경이 파괴되던, 지구가 멸망하던 말던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 환락적으로 그리고 명품과 웰빙에 묻혀 살면 된다. 후손의 문제, 지구의 미래, 사회의 양심, 인류의 평화, 그런 것들은 개뼈다귀 같은 말이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가난한 자는 그 자신들의 잘못이다. 저들 권력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빈곤층은 못나서 그리 산다. 도와줄 필요도 없다. 국가란 당연히 잘 사는 자들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부자들이 잘 살아야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서 가난한 자들도 살 수 있다. 뭐 이런 논리만 가지고 있는 자들이 권력자(=부자)들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유는 부자들에게만 있지, 가난 이들은 부자들의 행복을 흉내 내면 된다. 평등ㆍ인권, 그것도 부유한 자들의 것이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평등이요, 인권인가. 평균, 가난하고 무능한 자들이 놀고먹으면서 재산을 나누어갖자는 주장일 뿐이다. 놀고먹는 자들에게는 자기들의 부를 나누어줄 수 없다고 한다. 돈이 있어야 정치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높은 자리도 차지하는 것이지, 돈이 없으면서 정치를 하고 공부를 하고 출세하려고 하는 놈들은 도적놈 심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과 사회적 약자 편을 드는 정치 정당들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유행하는 ‘좌빨’이다. 이들은 정치에서조차 철저히 배척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렇게 세상은 철저하게 두 편으로 갈라서 있다. 여기에 중도는 없다. 지배권력 편이냐, 아니면 피지배권력 편이냐 일뿐이다. 그래서 지배권력자들은 철저하게 피지배권력자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서 자기들만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 하자. 인간의 올바른 정신은 평균적ㆍ평등적ㆍ평화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평균적ㆍ평등적ㆍ평화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잘 살아보겠다는 의식은 있으나 평화롭게 살아야겠다는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정신과 공생의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에 병들어 있는 우리 인간세상이 바르게 제 자리로 돌아오려면, 사람보다 자연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고를 지녀야 한다.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지향적, 권력지향적, 자본지향적인 구조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교양을 지녀야 한다. 내 이익보다 남의 이익을 앞서 생각하는 경제정신을 가져야 한다. 내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앞서 존중하는 평화정신을 지녀야 한다. 복지사회를 꿈꾸는 그런 사람들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 길은 평화적 자치공동체로 가는 길이다. 지역화폐(로칼리티)를 쓰고, 중앙집권적 지배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누구나 개인의 자유의지를 침해당하지 않는, 그리고 자연과 공생을 추구하는 그런 공동체를 말한다.

이제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을 할 때가 왔다. 현재 국가(나라가 아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지만 초인권적 국가권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고쳐야 한다. 중앙관리시스템을 지역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ㆍ화폐ㆍ전기ㆍ수도ㆍ도로ㆍ주택ㆍ통신ㆍ수자원의 관리를 지역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지역은 다시 마을 단위의 자치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중앙 중심의 권력구조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 기능도 축소하고 국회의원의 권한과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대폭 줄여야 한다. 또한 지역의 지역의회의 역할과 권능도 축소해야 한다. 가급적 인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구조를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맘모스 건물인 시청ㆍ구청의 관청건물은 대중시설로 전환하고 구청과 시청의 업무를 소규모로 전환해야 한다. 재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현 건물을 그대로 쓸 경우는, 건물의 구석만 행정사무실로 쓰고 나머지는 지역주민의 공공복지(후생 및 교양강좌 등)를 위한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끝으로 함석헌의 말을 인용해본다.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지만 문제는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죄악이지만 공산주의도 마찬가지로 잘못이다. 두 가지는 수단으로 하는 선정이요 싸움이지 근본문제가 아니다. 보라, 계급투쟁을 그렇게 외치던 공산주의도 돈 벌려고 미쳐 돌아가지 않던가? 정말 속셈은 독수리도 곰도 똑같이 국가지상주의에 있다....보라, 평등이니 뮈니 하면서도 인간을 즘생으로 만들어 영구히 지배하겠다는 욕심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모든 강대국이 또같이 지배주의다. ...앞으로는 남을 지배하는 큰 나라는 없어질 것이고 서로 취미를 같이 하는 조그만 공동체가 늘어갈 것인데....작은 것이 아름답고, 낮은 것이 좋고, 다틈이 없고, 강하기보다 부드러움이 이기는 길임을 실제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살림이 돼야지(《함석헌저작집》1, <한민족과 평화>, 254~255쪽) (황보윤식, 미완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