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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MB가 미의회에서 45번의 박수를 받은 까닭은

by anarchopists 2019. 12.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29 06:11]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또 다른 이유


미국 패권의 시각에서 본다면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분명하다. 머지 않은 시점에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몰락 폭과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제 성장에 기반하여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고, 경제력에 따른 중국의 정치적 지위 역시 미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 위협론과 중국 견제론이 등장하는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쪽에서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 위협론이나 중국 견제론을 설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의 패권 즉 팍스 아메리카나의 부활을 꿈꾸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같은 어려운 일을 현실화시켜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관점에서 중국 위협론과 중국 견제론을 설파한 것이다. 미국의 ‘이익 대행국’으로서의 행보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두 개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부에서 “한미 FTA가 양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재관여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다른 하나는 미 의회에서의 연설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활력이 지정학적 변동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세력균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두 개를 묶어서 본다면 ‘미국의 패권이 위협받는 새로운 변화’ 즉 중국의 부상에 따라 ‘세력균형’의 원칙에서 ‘미국의 재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에는 많은 문제의식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관여가 줄어들었다는 평가이다. 과연 그런가.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관여 정책을 철회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전략적 유연성으로 대표되는 관여·확장 정책을 일관되게 아니 더욱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부상은 세력균형을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큰 국방비를 쓰고 있는 미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력, 경제력 신장이 세력균형을 파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미국에 의해 세력균형은 해체되었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패권을 위태롭게 한다는 논리는 가능해도 세력균형을 위태롭게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셋째, 그래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더욱 깊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내포되어 있다. 현재 보다 개입해야 한다면 한국의 내정과 외정을 미국이 좌지우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미 충분히 미국은 동맹 구조 상 상당부분 한국의 내정과 외정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했던 발언들은 중국 위협론을 전제로, 세력균형이라는 이론을 앞세워 미국의 한국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 미국의 한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을 긴장케 한다. 이미 한미 동맹이 전략적 유연성 등으로 인해 중국 견제 동맹으로 자리잡았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굉장히 민감해 있는 상황이다. 애써 중국을 자극하기에는 한반도에서 차지 하는 중국의 위상이 적지 않다.

이미 한국의 제1 무역상대국은 중국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그리고 통일의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가 회피하고 싶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추진해야 할 외교노선은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잡힌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미중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지혜로운 외교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을 애써 자극할 필요도 없지만 중국을 애써 자극할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미국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단지 한미 FTA 때문만은 아니다. 철저한 한미동맹 일변도 외교를 추진하고, 미국 이익 실현의 대행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미 의회에서 선포했기 때문에 45차례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이다. ‘뼈솎까지 친미적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영광스러운 일로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한국 외교에서는 치욕의 일로 기록될 것이다.(2011. 10 27,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데일리안(위)과 뉴시스(아래)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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