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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이만열 교수 논단

'4.11 총선', 집권여당 심판대이어야 한다.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03 08:18]에 발행한 글입니다.

‘4.11 총선’, 집권여당 심판대이어야 한다. 

총선은 과거를 심판하고 대선은 미래를 설계한다. 이게 총선과 대선의 일반적인 의미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두 선거의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이번 총선은 과거심판과 미래설계를 겸하고 있다. 어떤 때는 과거심판이 미래설계와 연결되어지지만, MB정권 하의 전혀 비전없는 몇 년 간을 보내온 우리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냉엄하게 MB정권을 심판함과 동시에 집권여당도 같이 심판대에 올려놓아야 한다. 집권여당을 심판하지 않고서는 MB정권을 심판했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동시에 야당에 대한 준엄한 경고도 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번 총선이 MB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정권은 집권 초부터 국민에게 임기응변의 거짓된 약속 외에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 ‘747’이 거짓이라는 것은, ‘선거 때에 무슨 말이라도 못하겠느냐’는 MB의 진정어린 발언을 통해 그대로 반증된 것이다. 그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소아병적인 권력욕에 집착하여 부패와 독직, 무능과 실정,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사유화(私有化)까지 심화시켰다. 4대강 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에부터 최근의 불법민간인사찰에 이르기까지 그의 실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언론의 왜곡과 탄압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렸고, 인권․평화․통일의 이상이 유린되는 등 유독 MB정권하에서 역주행하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

우리가 이번 선거를 통해 MB정권과 그 아류들을 심판해야 한다면 그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지난 선거 때처럼 감언이설에 속게 되면 선거 후에 당해야 할 괴로움은 상승되어 이전보다 몇 배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때문에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MB와 그 추종세력들의 성격을 철저히 규명해야만 제대로 응징할 수 있을 것이다. MB정권과 그 ‘하수인’들은 간단히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 반환경, 반생명의 세력으로 규정된다. 이렇게 규정되어야 그들을 심판할 분명한 명분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이 분명한 반역사적인 세력을 응징하여 우리의 역사를 민주, 민족, 통일, 평화, 환경, 생명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선거판을 보면 MB정권의 실질적 동반자인 한나라당이 당명을 고치고 정강정책을 바꾸는 등 MB에 대해 차별화 정책을 꾀하고 있다. 타겟을 혼란케 만들어 국민의 안목을 흐리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동반자 관계를 청산하기라도 하듯, 속은 그냥 두고 겉만 바꾸고는 MB정권과 선을 긋겠다고 한다. 옷갈아 입었다고 사람이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고 ‘화장’ 고쳤다고 얼굴이 고쳐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한시적인 기구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난 몇몇 ‘중진’ 국회의원들을 쳐 내고는 공천혁신을 이루었네, 정당이름 바꾸고 정강정책에 분칠 좀 하더니 환골탈태했다느니 하면서 기고만장이다. 그러나 그들이 한나라당이었을 때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으며 부자감세에 복지를 무시한 이런 제반 정책에 대해서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스스로 당명까지 고칠 정도라면 당연히 국민에게 석고대죄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한나라당이 선거에 앞서서 당명과 정강정책을 바꾸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며 파렴치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판단하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 못지않게 과거의 업적인데,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은 자기의 ‘과거업적’은 숨기고 그들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의 미래를 보고 투표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미지가 좋던 나쁘든 공당은 자신이 집행했던 정책과 업적을 가지고 심판받는 것이 떳떳한 자세다. 한나라당 때에 국민에게 차마 못한 짓거리들을 많이 해서 그 이름을 바꾸어야 할 정도였다면 먼저 국민에게 이실직고한 후에 자기들이 가리키는 미래를 봐 달라고 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책임정당이라고 한다면 정책을 집행했을 때의 그 이름 가지고 국민에게 동의든 심판이든 구하는 것이 떳떳하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 과연 떳떳했다면 그 이름과 치적을 가지고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야만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인적 구성이 바뀌지 않았는데, 그 실천을 도저히 담보할 수 없는 정강정책을 조령모개식으로 급조하여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하고 기회주의적 작태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당이 자기 얼굴인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바꾸었으면 바뀌어진 내용으로 조신하게 국민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허물은 감추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구태부터 보이고 있으니 볼썽사납다. 새 이름과 정강정책을 바꾸었으면 무언가 뒤가 많이 켕겨서 그랬을 터, 그렇다면 남 탓하지 말고 자기 성찰에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국민에게 나팔불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 과거를 부정하고 싶어 당명까지 바꾼 주제에 기껏 한다는 말이 ‘민생을 좇는 새누리당’과 ‘이념을 좇는 야당’이라 주장하며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이게 어찌 당명까지 바꾼 집권여당이 취할 태도인가. 이는 혹세무민이다. 그래 물어보자. 그대들의 말처럼 ‘지금 대한민국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또 ‘미래로 가느냐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는 것도 사실인데, 과거가 부끄러워 당명까지 바꾸며 자기부정에 급급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기는 것이 국민들의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동안 한국의 진보세력들을 향해, 이념에 매몰되어 있다느니 좌빨이니 종북좌파니 하는 말로 매도해 왔고 지금도 매도하는 세력이 그대들이 아닌가. 이념에 매몰되어 편가르기를 일삼았던 자들이 바로 그대들인데 어찌 다른 이들을 향해 그 따위 헛발질을 해 대고 있는가. 이것은, 그대들의 말대로,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이것이야말로 형제의 눈에 티는 보되 제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의 모습 그것이다.   

선거를 통해 심판하거나 격려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두 눈 바로 떠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도지는 국민들의 건망증과 색맹증, 이것은 실정에 실정을 거듭한 세력이 노리는 밥이다. 감언이설에 꼬여서 다시 건망증에 걸리고 색맹에 사로잡히게 되면 과거를 심판할 안목과 기회를 잃게 된다.

국민들은 그 동안 이 정권이 저지른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 반환경, 반생명의 과오를 분명히 직시하고 결연히 투표에 임해야 한다. 국민은 새로 화장한 얼굴 향수에 취해 분별력을 잃어서도 안되지만, 자기들에게 투표하면 과거의 모든 병폐를 혁신할 것 같이 선전하는 야당의 성언에도 속지 않고 비판의 눈초리를 매섭게 부릅떠야 한다. 정권을 심판한다는 것은 대통령과 그 정부만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권이 부정과 부패를 저지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워주고 법과 예산으로 방조한 집권여당을 함께 심판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부패한 정부와 집권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한 무능한 야당도 응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세력들에게 다시 표를 주는 것은 그들이 저질렀던 죄악에 눈감고 그것을 다시 용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집권여당을 제대로 심판하는 것은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들러리를 서고 있는 야당도 동시에 심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집권여당을 냉정하게 심판해 보라, 그러면 야당도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집권을 꿈꾸는 자들에게, 집권해도 잘못하면 국민의 호된 심판을 받아 저 꼴로 작살이 나는구나 하는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맞으면서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진보세력의 활동공간을 넓혀 주었으면 하는 기대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으로 이제까지는 보수세력끼리만 의회에서 티격태격 싸우도록 용납했지만, 언칠칭 ‘세계십대 경제강국’ 운운하는 이 시점에 와서도 ‘도토리키재기’식의 정치지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큰 틀의 정치 도전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지금까지 맥을 추지 못하던 진보세력에게 의회에 진출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그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본다면,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보수의 큰 틀에서 ‘초록은 동색’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열창하는 세력이나 ‘다시 잃어버린 4년’을 읊조리는 세력이나간에 보수 안의 양대축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에도 보수 대 진보의 거시적인 틀의 양대 정치 구조를 형성할 때가 되었다. 그래야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맞부딪치는 최첨단 지역에서 통일지향의 새로운 정치 발전의 싹을 틔울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진보세력에게 적어도 원내교섭단체 정도의 의석이라도 확보할 수 있게 할 수 있겠는가의 시험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국민이 진보세력에게 원내 교두보를 확보토록 그 정치공간을 만들어 주느냐 않느냐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2012.4.2.,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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