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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이만열교수 칼럼

함석헌학회 학회장님 연말인사말

by anarchopists 2019. 1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12/18 04:13]에 발행한 글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어느덧 2013년도 다 가고 연말입니다. 올 12월은 회원 선생님들의 뜻에 따라 독회를 휴강하다보니 만날 시간들이 없습니다. 하여 연말 인사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안녕들 하시지요.”

매년 교수신문사에서 한해를 종합적으로 뜻하는 사자성어를 교수들의 생각을 모아 제정하는데, 올해의 사자성어는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온 기대감과 희망에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除舊布新’(제구포신)이라는 사자성어를 썼네요(12.12. 교수신문) 이 말은 《春秋左傳》(춘추좌전) 昭公(소공) 17年條에서 나오는 말로(冬有星孛于大辰 西及漢. 申須曰 彗所以除舊布新也, 欽定史庫全書薈要 經部 左傳注疎 권48 14쪽) 이에 대한 주석을 보니, 魯(노)나라 大夫(대주)직책을 가지고 있던 신수가 일반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담긴 彗星(孛)에 대하여 變革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즉 “옛 부패하고 타락한 제도를 버리고 새로운 사회조직을 만들어낸다”는 희망의 뜻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면 희망이 안 보입니다. 신수가 말하는 제구포신이 안 보입니다. 현 박근혜 정부 권력자들은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의 민주자유적, 통일민족적 제도를 除舊(제구)의 대상으로, 박정희의 維新體制(유신체제)는 布新(포신)의 대상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아 하는 생각입니다.


성경 마태복음 9장 17절에 보면, “ 새 술은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둘 다 보존”한다고 했습니다. 그 바램들이 하나 둘 모여 학자들이 아마도 제구포신을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은 분명, 새 술인데 낡은 가죽부대에 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狷介固陋(경개고루)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除善布惡”(제선포악: 좋은 제도와 정책은 없애버리고 나쁜 제도와 정책을 도입한다- 운영자 주)으로 풍자했는지도 모릅니다.

지식인들이 안일무사주의에 빠져 사회와 학문에 대한 견개고루하고 있을 때 고려대 한 학생의 大字報(대자보: “안녕하지 못합니다. 불안 합니다”)는 우리 지식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실천적 행동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하여 학생들이 하나 둘씩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는 대답을 늘려가고 있음을 볼 때 우리 학회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작년에도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세상이 어찌 이 지경까지 왔는지(何故至於斯) 학자의 한 사람으로써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함석헌학회에 몸담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이 함석헌식의 변혁사상을 실천해 가려는 의지를 굳건히 가지신다면 우리 사회도 서서히 변해 가리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연말을 맞아 선생님들의 하시고자 하는 일들이 모두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아울러 학문의 성과도 일취월장하시고 선생님의 가정의 평화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2013. 12.18.
함 석 헌 학 회 학회장 이만열


이만열 선생님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한국사 근대)를 받으셨다.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된 해직교수 출신으로 자주적인 시각에서 한국사를 조망해온 진보적 성향의 원로사학자다. 대학강단에 계시면서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숙명여대에서 정년퇴임하신 뒤(1970~2003)에는 국사편찬위원장(2003~2006)을 지냈으며, 요즘은 시민을 대상으로 역사강좌에 전념하고 계신다.

학술면에서도 큰 공적을 남기셨다. 개신교의 대표적인 잡지 중 하나인《복음과 상황》을 창간하였고 단재 학술상(1992), 독립기념관 학술상(2008), 용재 석좌교수상(2008)을 수상하셨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근대역사학의 이해》,《한국기독교와 민족의식》, 《단재 신채호의 역사학 연구》, 《한국기독교와 역사의식》, 《한국기독교 수용사 연구》등이 있다. 최근에역사수상집으로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2010)을 내셨다. 현재 <함석헌학회> 학회장을 맡고 계신다.
/함석헌평화포럼

* 이 글은 함석헌학회 회원들에게 보내는 연말 인사말인데 내용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듯하여
퍼 올립니다.

* 원문의 한자는 (  )로 한글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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