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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독자로부터 온 편지

술맛이 몹시 씁니다. 더러워진 한국인의 인간성

by anarchopists 2019. 1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12/27 06:18]에 발행한 글입니다.


술맛이 몹시 씁니다.
더러워진 한국인의 인간성


양00입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책 잘 받았습니다. 지난 주말에 받았습니다. 즐겁게 읽어야 하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허락하질 않는군요. 어제까지 매일 술만 먹었습니다. 세상 분석을 하려고 해도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되더군요. 쓰는 글이 있는데, 단 한 자도 쓰질 못했습니다.

저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을 보고 대한민국의 시민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18대 대선에서 그 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가 되어서 너무도 슬펐습니다.

“419시민혁명”이라고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516군사반란”에 대해 과연 한국의 시민사회가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1972년 “유신쿠데타” 이후 한국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저항한 것은 맞지만, “12.12군사반란”에 대해서는 우리 시민들은 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518민주항쟁” 이후에 한국 시민사회가 보여준 비겁함은 또 어떻습니까. 1987년 “6월항쟁”으로 우리는 민주화와 직선제개헌을 쟁취했지요. 그렇지만 이후 대선에서는 다시 군사반란의 수괴한테 권력을 준 것도 시민들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의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은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었지요.
그 결과는 또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지 간에,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있지요.

바로 인간성입니다. 물적 토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인간성을 보존해야한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인간성을 파괴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요. 이를테면 물적 영역에 인간의 천부적인 자유라든가 권리를 종속시키려는 시도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가진 시민이라면, 그러한 시도에 대해 거부하고 저항을 합니다. 바로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을 행사하는 겁니다. 이것이 불완전하기는 해도 이데올로기가 갖는 장점이지요. 이명박세력은 인간성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해서 정권을 잡았습니다. 바로 원초적인 욕망, 특히 <소유>에 대한 욕망이지요.

참으로 교활하고 퇴폐적인 집단입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마치 시민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을 해서 홍보를 했지요. 한국의 시민들은 그에 굴복했고, 이번에 또 굴복했지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시민의식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확정한 헌법이 있지요. 그 헌법에는 법적인 <공정성>, 기회의 <균등성>, 민족적인 <동질성>을 지키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헌법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요. 바로 그 장치를 우리 손으로 깡그리 무시해버린 겁니다. 오직 한 가지 이유, 바로 남보다 더 많 갖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는 프랑스의 기준으로 볼 때, 아직 1830년대에 머물고 있는 듯합니다. 자유의지를 쟁취하는 수준이지요.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이전 단계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자유의지의 <진보>를 믿습니다.

맹자가 말한 '치란'(治亂之務 在於求賢)도 결국에는 ‘진보’(進步)지요. 다만 그 ‘진보’가 너무 ‘굴곡’(屈曲)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 지, 참으로 걱정이 되는군요.

모처럼 선생님께 장문의 메일 보냅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것으로 간주하고, 고맙습니다.
계사년에도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2012. 12. 27
안산에서 양 00 올림


* 본문 내용 중, (  ) 안 한자는 원문에서는 없으나 운영자가 삽입한 것임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다음 카페(sky0000000, 2012.2.19일자)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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