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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교육

[석경징 제1강] 무엇을 위하여 먼지를 터나

by anarchopists 2020. 1.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4/22 12:01]에 발행한 글입니다.


무엇을 위하여 먼지를 터나?

털면 먼지 안 날 사람이 없기는 없다. 무슨 먼지고 간에 나긴 날 것이다. 또 날 때 까지 털기도 할 테니까.

이런 먼지 털기의 거창한 형식의 하나에 정부 고위직 임명을 위한 청문회란 것이 있다. 지금까지 먼지다운 먼지가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대개는 무슨 먼지고 간에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오는 먼지의 내용이나 성질이 여러 경우에 거의 비슷한 것이다. 높은 관직에 이미 올라 있던 사람들이나, 재산께나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개는 투기나 세금포탈과 관련이 있는 위장전입, 위장취득, 위장증여, 위장상속 뭐 이런 것들이 많고, 학교에 상관하던 사람 같으면, 의례히 논문표절, 논문중복게재 등에다 학력위조, 학위조작 등이 겹친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추궁 받는 이들의 답이 아주 비슷비슷한 점이다. 이 점은 정말 이상하다. 그들의 답은 대개 이렇다.


첫째, 투기 관련해서는 열이면 열, 우선 투기가 목적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재산을 취득한 이더러 그것이 투기였느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투기란 말 자체도, 아니라고 하기에 썩 좋도록 사전은 규정하고 있다. “큰 이익을 얻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연세한국어사전). 큰 이익을 얻으려던 것이 아니었다거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거나, 돈을 나눠서 투자 했다면, 당당하게 투기가 아닌 것이다. 또 어디까지가 정당한 투자고, 어디서부터가 투기인지 알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가장 어려운 학문이라고 캐나다의 어느 글 쓰는 이가 일컬었던 일이 있는 그 경제학에서는 투자와 투기를 명쾌하게 분간하여 규정하고 있는가? 자본주의를 한다면서 투기를 근본적으로 죄학시한다는 것은 뭔가가 비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전에 있는 뜻대로의 투기를 한다 해도 그것이 뭐가 잘못되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렇기는 하나, 투기는 안 된다니, 그럼 투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어느 반편이 투기를 했다 하겠는가, 당연히 애국자가 하듯이 투자를 했다지.

그런데, 투기가 목적은 아니었다고 치더라도, 위장하고 전입한 것은 잘못이 아니란 말인가? 위장하고 전입하여 그 자격 위에서 구입한 부동산이 투기를 목적으로 삼았을 때 보다 더 값이 오르고, 그래서 얻은 이익은 세금만 제대로 내면, 아무런 잘못도 아니란 말인가? 무슨 간첩이나 되는 듯이 위장 전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래놓고, 더 물으면, 시골에 산을 사놓고는 노후대책이라고 하고, 밭을 사놓고는 농사를 지으려고 그랬다고 한다. 산을 샀다면 노후가 아니라, 사후대책으로 그랬대야 더 그럴 듯 하고, 밭을 샀다면, 거기 앉아있지 말고 밭둔덕에 서서 오줌이라도 누고 있는 것이 참으로 더 그럴 듯 해 보일 것이다. (석경징, 내일 계속)

석경징 선생님은
석경징(石璟澄) 선생님은 영문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전공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계신다. 재직 중이실 때는 서울대 입시출제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함석헌학회 자문위원이시다.

저서로는 <서술이론과 문학비평>(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역서로는 <현대 서술이론의 흐름)(솔, 1997)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에서의 인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숭실대학교논문, 1997)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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