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석경징 교수 칼럼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알고나 쓰는 건지

by anarchopists 2019. 1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10/27 06:18]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 돌아다니는 몇 마디 말에 관하여


1. 경제민주화

1.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여러 국면을 민주화하는 것은 역사의 이 단계에서는 당연하고 불가피한 것이다.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는 없다.
2. 그러나 민주화란 여러 국면에서 할 일이지만 모든 국면에서 할 일은 아니다.
3. 민주화란 뭔가? 거의 모든 사람이 세상 다스리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 것 아닌가?
4. 참여는 직접 간접으로 여러 형태의 것이 있겠지만 결국 각 개인에게 상관이 있는 일에 서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에 상관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발휘하여 결정되도록 하는 사회적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5. 아직 그런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 그런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형편을 이루도록 애써나가는 것이 민주화인 것이다.
6. 그러나 우리 각각의 개인이 이를테면 느끼고 생각하는 일 같은 것에는, 민주화란 상관도 없고, 따라서 민주화될 수도 없다. (2에서 한 말)

7. 경제란 원래는 나라를 다스리고 인민을 구한다는 경국제민(經國濟民)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니까 상식적 차원에서 정치란 뜻이다. 요새 말로 더 구체적으로는 돈벌어 살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8. 그런 것이 어떻게 민주화가 되겠는가? 돈버는 것이 어떻게 민주화가 되는가? 돈벌어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민주화가 되는가?
9. 경제생활의 어느 국면을 민주화한다, 안 한다란 말을 해야 할 것이다.
10. 이를테면 돈을 벌어가질 때, 버는 것은 민주화되는 것이 아니지만 갖는 것은 반드시 민 주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국면에 따라 민주화 되는 것이 있고, 처음부터 민주화하고는 상관도 없는 것이 있다.

11. 지금 나선 사람들이 한결 같이 경제민주화를 외치지만, 그 말만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원래 나선 사람은 헛소리를 하게 되어있기는 하다.)
12. 민주적 교육, 민주적 독립, 민주적 평화외교, 그리고 개인을 세우는 문화... 우선 이런 문제에 관한 의견 없이는 나서지 않아야 한다.
13. 그러나 벌써 몇 사람이 나섰으니, 그들이 “경제 민주화”란 말 말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를 잘 살펴서 버릴 것을 추려야 한다. 우리말에는 없으므로 원어인 영어로 하자면, the lesser evil을 잘 찾자는 말이다.

2. 국민대통합

1. 이 말이 “국민대 통합”이란 말이면, 위험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다. 국민대학교의 준 말이 국민대고, 국민대가 갈라진 것은 아닌듯한데 이런 말을 하면 그저 객쩍은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2. 이게 “국민을 통합한다.”든가, 무슨 그 비슷한 뜻의 말이라면 문제가 아주 다르다.
3. 더군다나, “국민 대통합”이라면 말할 수 없이 큰일 날 소리다.

4. 우선 국민이란 뭔가? 한 나라 안의 사람들, 국가의 통치권 아래에 있는 인민, 국가를 구 성하는 사람들, 국적을 가진 사람, 국권에 복속하는 지위에서는 국민이요, 국정을 맡기 거나 맡는 지위에서 보자면 공민 또는 시민이라고도 하는 사람...
5. 국민은 한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개개인들의 집합이다.
6. 국적은 어떻게 갖는가는 당면한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갖게 되었건 이미 가진 사람들은 하나의 국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워낙에 개인들의 집합(aggregate)이므로, 더 갈 라 놓을 수도 없고, 따라서 더 통합 될 것도 아니다.

7. 하나의 국민이 갈라진다면 두개의 국민이 되었단 말이고, 그 두개의 국민 혹은 다른 하 나 이상의 국민은 통합될 수 있기는 하다.
8. 지금 이 말이 남한, 북한으로 불리는 두 덩어리를 놓고 하는 말이라면, 통합이란 말을 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흔히들 통일이라고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9.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무엇으로의 통합 (통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놓아야 한다.
10. 그것 없이 하는 말로서의 통합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가지고 한 짓 같은 어느 한 쪽으로 의 병합이지, 통합이 아니다. 강제로건 아니건.
11. 남북한이 소위 통일을 한다면, 둘이 이루는 그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 되는데, 그것은 남한, 북한이라고 할 수 없는, 제3의 것이다.

12. 함석헌은 그것을 “중도”라는 말로 암시했다.


13. 그러나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헌법에 있는 뜻 말고, 현재 그 행정력이 미치고 있 는 부분 안에서의 “대한민국”을 놓고 하는 것이다.
14. 그 대한민국은 통일성(원어로 하자면, unity)이 확고한 구조이며 (이것을 이심하는 사람 은 70녀 전의 말로 하자면 비국민이다), 분열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통합의 대상 은 될 수 없다.
15. 그런 형편인데 굳이 국민의 통합을 말하는 것은, 터놓고 말하자면 딴 소리를 하는 것이다. 멀쩡하게 성립되어 있는 하나의 국민을 새삼 통합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여러 지방 마다 있는 특색을 없애서 그 분간을 할 수 없게 한다든가, 나무꾼을 어부와 합친다든가 뭐 그 비슷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16. 그 일에 대짜가 붙으면, 다른 차원에서 정말 두렵고 위험한 일이 된다. 그것도 7, 80 년 전의 말이 생각나는데, 일본의 전체주의 군부정권이 만들고 부렸던 “대정익찬회”다.
17. 국민 대통합은 개인에게서 개성을 없애고, 사람을 벽돌로 만든다.

18. 국민 개개인이 또렷이 분간되게 모두 다르고 각각 따로 있을 때, 그 국민이 산 국민이다, 그렇지 않을 때 그 국민은 죽은 국민이다. 그 때의 개개인은 물론 죽은 이들이다.(2012. 10.19, 석경징)

석경징 선생님은
석경징(石璟澄) 선생님은 영문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전공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계신다. 재직 중이실 때는 서울대 입시출제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함석헌학회 자문위원이시다.

저서로는 <서술이론과 문학비평>(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역서로는 <현대 서술이론의 흐름)(솔, 1997)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에서의 인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숭실대학교논문, 1997)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 > 석경징 교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도둑 털기 국민운동  (0) 2019.12.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