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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거짓은 가라, 조국은 하나다

by anarchopists 2020. 1. 1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6/2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토요시사]

거짓은 가라, 조국은 하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동안 잊혀져갔던 우리 겨레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바로 이념의 냉전논리다. 지금 세계는 냉전적 이념논리를 끝낸지 오래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한 삶의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평화와 행복을 지향하는 화합과 상생, 그리고 복지사회 건설을 향해 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5~60년대의 냉전적 이념의 재생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반공세뇌'를 또다시 획책하고 있다. 민족의 아픈 상처가 아물고 있는 이때 다시 반공드리마와 반공영화가 등장하고 있는 게 바로 그 중거다. 드라마로는 KBS의 <전우>와 MBC <로드넘버원>이 있고  영화로는 <포화속으로>가 있다.  예전의 <작은연못>은 미군의 잔학상을 다루어서 민족의 아픈 상처에 대하여 이야기해서 좋았다. 그러나 지금 방송 속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겨레의 아픈 상처와 반공이념만 기억시킬 뿐이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왜 이명박 정권은 이렇게 냉적적 이념을 재생시키려 발부둥치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오로지 권력의 장기집권 획책이다. 민족의 평화, 세계인의 화합, 나라사람들의 행복, 사람다운 삶의 가치지향과는 거리가 먼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토요시사는 김남주 시인의 <조국은 하나다> 라는 시를 실어본다. 그래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참인지를 들려주고 싶다.  -운영자-



조국은 하나다!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 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양키 점령군의 탱크 앞에서
자본과 권력의 총구 앞에서
조국은 하나다.

이제 나는 쓰리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언어 위에
조국은 하나다 라고
탄생의 말 응아 응아로부터 시작하여
죽음의 말 아이고 아이고에 이르기까지
조국은 하나다 라고
갓난아기가 엄마로부터 배우는 최초의 말
엄마 엄마 위에도 쓰고
어린아이가 어른들로부터 배우는 최초의 행동
아장아장 걸음마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나는 또한 쓰리라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든 길 위에
조국은 하나다 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눠 가지는 인간의 길
오르막길 위에도 쓰고
내리막길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바위로 험한 산길 위에도 쓰고
파도로 사나운 뱃길 위에도 쓰고
끊어진 남과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오! 조국이여!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이여 이름이여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의 눈길이 닿는 모든 사물 위에
조국은 하나다 라고
눈을 뜨면 아침에
당신이 맨 먼저 보게 되는 천정 위에도 쓰고
눈을 감으면 한밤에
맨 나중까지 떠 있는 샛별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축복처럼
만인의 배에서 차오르는 겨레의 양식이여
나는 쓰리라 쌀밥 위에도 쓰고 보리밥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바다에 가서 쓰리라 모래 위에
조국은 하나다 라고
파도가 와서 지워 버리면 그 이름
산에 가서 쓰리라 바위 위에
조국은 하나다 라고
세월이 와서 지워 버리면 그 이름
가슴에 내 가슴에 수놓으리라
아무리 사나운 자연의 폭력도
아무리 사나운 인간의 폭력도
감히 어쩌지 못하도록
누이의 붉은 마음의 실로
조국은 하나다 라고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외치리라
인간이 세워놓은 모든 벽에 대고
조국은 하나다 라고
아메리카 카우보이와 자본가의 국경
삼팔선에 대고 외치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식민지의 낮과 밤이 쌓아 올린
분단의 벽에 대고 나는 외치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압제와 착취가 날조해낸 허위의 벽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고 나는 외치리라
조국은 하나다 라고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내걸리라
지상에 깃대를 세워 하늘 높이에
나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키가 장대 같다는 양키의 손가락 끝도
가난의 등에 주춧돌을 올려놓고 그 위에
거재를 쌓아 올린 부자들의 빌딩도
언제고 끝내는 가진 자들의 형제였던 교회의 첨탑도
감히 범접을 못하도록
최후의 깃발처럼 내걸리라
자유를 사랑하고 민중의 해방을 꿈꾸는
식민지 모든 인민이 우러러 볼 수 있도록


남과 북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출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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