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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학회

함석헌과 왕양명은 시대의 이단자다

by anarchopists 2019. 11. 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5/13 05:55]에 발행한 글입니다.

[5월 11일 영남대학교에서 함석헌학회와 한국양명학회가 공동 춘계학술발표대회를 열었습니다. 주제는 "함석헌과 왕양명의 만남"이었습니다. 함석헌학회 이만열 학회장님의 인사말을 소개합니다.]




왕양명과 함석헌은 시대의 이단자다

시절이 수상하여도 계절은 제철을 찾아오나 봅니다. 4월에 들어서도 날씨는 냉온의 일기를 변덕스럽게 교차시켜 언제 화사한 봄을 맞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고대하던 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벌써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 함석헌학회와 한국양명학회가 합동으로 “왕양명과 함석헌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013년도 춘계학술발표대회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영남대학교에서 학술발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할 휴일여가도 마다하시고 오늘 학술발표를 빛내주시기 위해 찾아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함석헌학회는 지난 2010년 4월 16일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발족되었습니다. 함석헌(1901-1989) 선생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한국사회에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 강점하에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발표한 이래,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한다’를 포함한 수많은 주장을 통해 한국사회를 일깨우면서 인권과 민주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이단으로 취급을 받았던 인물이지만, 그의 사상은 근현대 한국을 올곧게 이끌어 가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함석헌선생 식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 사회는 악이 선을 지배하는 모순된 사회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선생은 우리 사회를 “사회정의가 없는. 평화정신이 없는, 통일의식이 없는 사회”로 규정하였습니다. 함석헌 선생의 이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학자분들과, 그의 사상과 행적을 따르고자 하는 사회 인사들 및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학회를 조직하고, 그의 사상과 실천을 연구하는 한편 한국사회가 갖는 모순된 현상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양명학회는 저희 학회보다 훨씬 먼저 창립하여(1995) 현재 2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왕양명(1472-1529) 선생 또한 자기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당시 주류학문으로 되어 있던 성리학의 모순을 깊이 깨닫고, 자신의 학문 사상 체계를 개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해석을 놓고 당시 정통학문으로 인정되고 있던 성리학의 창시자 주자(朱子)의 해석에 맞서게 됩니다. 그리하여 주자의, 성즉리(性卽理)에 대하여 심즉리(心卽理)를, 선지후행(先知後行)에 대하여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주장하면서 치양지(致良知)에까지 그의 주장을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조선에서는 중기 때에 이미 <전습록(傳習錄)>이 전래된 바 있으나 왕양명 선생의 사상은 퇴계 등에 의해 배척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허균(許筠) 이수광(李睟光)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장유(張維) 최명길(崔鳴吉)을 거쳐 정제두(鄭齊斗)에 이르러 하곡(霞谷)학파를 이루고 이어서 강화학파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한말 일제강점하의 박은식(朴殷植) 정인보(鄭寅普)는 양명학인으로서 그 시대를 정직하게 살아간 분들입니다.

이렇듯 왕양명과 함석헌은 정통에 맞섰던 시대적 이단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대를 지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의 사상과 철학은 후대에 빛을 발하는 사상가로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시대와 지역을 달리했지만, 자기 사회의 모순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갈망했던 선견자들입니다. 이 두 분의 사상을 가지고 오늘 두 학회에서 뜻 깊은 학술발표대회를 합동으로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초유의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름을 달리하는 학회가 공통된 주제를 찾아내어 학문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오늘 한국양명학회에서 이러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가교 역할을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양명학회와 함석헌학회의 공동학술회의에서 발표와 논평을 맡으신 선생님들께서 모두 훌륭한 발표와 논평을 해주실 것을 기대하며 감사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여기 모이신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끝까지 경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 5.11
함석헌학회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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