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조연수 시인 단상

세 모녀의 죽음, 누구 탓일까

by anarchopists 2019. 10. 3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3/07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누가 나라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가?


물질적 생활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결혼족보다 동거족(同居族)이 더 많이 늘어나고, 아이양육을 기피하는 추세가 바로 그것을 입증한다. 가정을 꾸리면 집도 얻어야하고 자동차도 사야하는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기피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의 양육 부담으로 인해 아이 낳기를 원하지 않는다.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외쳐놓고는 선거가 끝나면 제 뱃속만 챙긴다는 느낌이다. 권력자와 정치인들, 진정 나라와 나라사람들을 위한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 보았는가. 자신들을 위한 경제발전 노력이 아닌가. 나라사람들이 돈 때문에 죽음을 택하고,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면, 정치인들의 경제발전 구호는 헛소리가 아닐런지.

얼마 전 세 모녀가 생활고와 여러 힘든 어려움을 비관하여 자살을 택했다. 비록 생활고를 이유로 죽음의 길로 갔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떵떵거리며 사는 한국사회에서 세 모녀가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도는 없었을까. 이웃도, 사회도, 정부도 그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라에서 주는 쥐꼬리만한 생활보조금으로는 세 모녀가 구차하게 살 수밖에 없었을 거다. 꼭 죽음밖에는 해결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머니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모습을 만드는데 나도 일조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느껴본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포상금이 몇 억 대이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높아졌는지 하는 화려한 기사들과 나란히 실린 세 모녀 자살사건.(2014. 2.28) 두 기사는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왜 이렇게 참다운 삶의 길은 멀고 거죽만 뻔드르르한 헛된 꿈만 심어주는 기사만 난무하는지. 이게 대한민국의 참 모습인가. 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세상은 될 수 없는 건가. 행복한 나라, 평화의 나라가 되기는 아직도 먼 대한민국인가. 이 나라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세 모녀 자살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그리고 언론과 방송에서는 수백억대 아니 수천억대 들어가는 평창동계 올림픽 준비와 그 화려한 건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사각지대의 또 다른 세 모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가십거리로만 취급하겠지.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답답한 마음에 머리가 띵해 온다.

이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정부에서는 사각지대의 생활고를 겪는 이들을 파악해서 행정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발표를 했다.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터졌을 때야 주변을 돌보는 척 하는 알량한 우리들과 행정부의 거죽만 울리는 ‘척’은 이제 멈춰야한다. 근본적인 인본주의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밝은 사회로 가는 행정을 펼 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몇 년 전 생활고를 비관해서 아파트에서 아이와 함께 투신한 주부, 아내의 지병으로 오래도록 간병한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내를 죽이고 본인도 죽음을 맞은 사건, 또 며칠 전 일가족이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강물로 투신하는 사건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선거 때마다 복지강국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그럴듯한 복지정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난 새 정부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자살사건과 출산기피 문제 등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편적인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보호해주는 사회복지 정책이 곧 사회정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은 나라,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사람들이 평화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생각해 본다. 정치인들이 말로만 떠드는 그런 가상의 복지국가가 아 아니라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는 참 개념의 복지나라를 희망해 본다. (2014. 3.5, 조연수)

조연수 시인은
조연수시인은 2012년 [포엠포엠]으로 등단했으며, 인천문인협회와 굴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 시집으로 《아마 토마토》(2013, 문학의전당)를 출간한 바 있다(필자의 주문에 따라 학연, 지연, 종연, 혈연 등을 생략합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