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한성진의 일요시론

리비아에 다국적군 투입은 부당하다

by anarchopists 2019. 12.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3/27 05:58]에 발행한 글입니다.


리비아에 다국적군 투입은 부당하다.

리비아에 다국적군이 투입되면서 리비아 분쟁은 민주화시위로 시작해서 내전을 거쳐 이제는 국제분쟁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은 대량학살을 '예방' 하기위한 목적으로 취해지는 유엔 차원의 최초의 군사행동으로 보여집니다.

미국과 나토는 이것이 미국이나 나토(서방)만의 군사작전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랍국 등에 전방위적 압력을 넣어 공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만이 이에 응하는 등 아랍국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해 보입니다.

이에 미국과 나토는 다른 유엔 회원국에 공습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일순위에 속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그간 미국의 파병 요청이나 압력에 거의 응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인도적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인도적 목적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과 같이 대량 학살의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은 정당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인도적인 이유로 대량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지 대량학살이 발생한 후 이를 비난하는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소위 지도적 역할을 하는 나라의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때에만 가능했었습니다.

20세기 최초의 대량학살로 기록되고 있는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에 대해서, 오스만 제국을 승계한 터키 정부는 아직까지도 그 발생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만, 하다못해 국제사회 차원의 비난결의마저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제사회가 인도적 이유를 핑계로 한 군사행동을 포함한 개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첫째,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세계정부를 구성해야만 합니다.
세계정부는 유엔을 강화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이고 아니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세계정부는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자체군사력을 갖고 있어야 하고, 회원국 정부가 모두 동의한 국제법에 의해 그 권위를 인정받아야만 합니다.

둘째, 군사적 개입은 인도적 목적을 위해서 가장 마지막으로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란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질병을 치료할 때 독을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치료수단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합니다. 무력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던지 그것이 독이란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력을 사용하기 전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모든 수단이 사용되어야만 합니다. 이는 국제법에 따라 기본적 원칙으로 확립되어야만 합니다.

셋째, 무력의 사용은 최소화 되어야 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종료되어야 합니다. 이 역시 국제법에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채택되어야 합니다.

넷째,  군사개입을 하고 있는 국제군은 민간인 보호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내전 상황에서는 중립을 치키는 것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원칙이 됩니다. 그리고 긴급한 구호가 필요할 때는 국제군은 군사적 개입 뿐 아니라 긴급구호 활동도 병행해야만 합니다.

이번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군사개입은 위의 원칙들을 하나도 지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공습은 유엔의 깃발을 달고 나토의 이름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단지 깃발만을 빌려주었을 뿐 공습 자체에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습을 시작하기 전에 국제사회가 과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는지 역시 의문입니다. 처음에 민주화를 위한 비폭력시위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반군이 되어 군사활동으로 전환할 때까지 국제사회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전의 당사자가 되어버린 반군을 명백하게 지원하면서 정치적 중립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비아 내전을 피해서 탈출하고 있는 난민 문제를 국제사회는 골칫거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리비아 내전이 종식되고 이 나라가 안정될 때까지 리비아 난민에게 정착지를 제공하고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리비아 공습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 중에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유엔에서도 리비아 난민문제는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은 부당한 것으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국익'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인도적 목적의 개입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정부를 대신할 유엔의 개혁이 필수적이고 유엔의 개혁에는 몇몇 강대국에게 종신거부권을 부여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제도의 폐지가 선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유엔이 강대국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기구가 될 것이고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는 약소국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 3. 26, 군대 없는 세상을 만들기운동가, 한성진)

한상진 선생님은
평화운동가로, 중동평화 전문가다. 이라크 바그다드 등지에 체류하면서 구호활동 및 평화운동을 벌인 바 있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세계평화를 위하여, 세계정부 구성과 유엔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의 상임이사국제도와 상임이사국의 종신거부권제 폐지 주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군대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지금은 서울의 길담서원에서 매주 평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네이버 이미지에서 떠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