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평화포럼 서평

[김대식] 9.11의 희생양

by anarchopists 2019. 12. 1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7/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마이클 웰치, 박진우 옮김,
<9․11의 희생양>,
갈무리, 2011.


이 책은 비판범죄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마이클 웰치(M. Welch)가 9·11 사건 이후, 미국의 타자적 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와 국가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희생양(scapegoat)이라는 성서적 기원에서 비롯된 개념을 가지고 미국이 무고한 적당한 나라를 대상으로 적으로 간주하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테러와의 전쟁이란 사회적 발명품”이라는 말은 매우 적확한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9·11 이후, 미국사회가 거리 범죄에 대한 공포에서 테러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함으로써, 거리 범죄에서 테러 공격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연쇄적인, 지속적인 희생양을 갈구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희생양은 사회공동체가 오염되었다는 자각과 함께 그것을 정화하기 위한 의례의 한 방식이었다. 일찍이 그러한 시각에서 예수의 죽음을 해석한 르네 지라르의 탁월한 논리를 생각해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의하면, "희생시키는 집단의 논리로 보면 희생제의는 해로운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지만, 희생당하는 희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폭력적 공격은 단순히 사회적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가 아닌 실제적 범죄"라고 웰치는 강도있게 비판한다.

세계는 현재 국가, 인종, 종교의 “차이”(difference)가 똘레랑스를 지향한다기보다 오히려 국가의 공격 구실이 된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차이를 넘어서 “차연”(differance)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과 타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시대는 역행을 하고 있다. 차이가 타자에 대한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웰치의 주장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금 폭력사회로 되어가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차이로 인한 한국 사회의 다문화적 갈등의 요인과 타자에 대한 인식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꺼리를 던져준다.(2011.7.20., 김대식)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