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의회/입법부에 바란다.
20대 의회에 바란다.
한반도가 일제 강점과 해방, 그리고 한반도 영토의 분단 등을 거치면서 어느덧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입법부 의회가 20대를 맞습니다. 햇수로 따지면 80년(실제 70년)의 역사를 가지는 셈입니다. 이제 의회도 변할 때가 아닌가 하여 매 기수가 바뀔 때마다 희망사항을 국회에 빌어보지만, 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또 한 소리 해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 1조에 민주공화국이라고 칭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나라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상징은 진정한 삼권분립(三權分立)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등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입법권은 의회에(제40조), 행정권은 정부에(제66조), 사법권은 법원에(제101조 제1항)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 과연 참다운 삼권분립을 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을까? 의문을 던져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이 이러한데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삼권분립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유신헌법(1972) 이래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수반(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사실상 모조리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유신헌법은 개폐(改廢)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영미식 삼권분립에서 탈피하여 주체적으로 자주독립 국가답게 대한민국식 삼권분립제도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입법부의 명칭도 일제식의 국회(國會)가 아닌 민주식의 의회(議會)로 바꿔야 하고, 의회 수장은 그대로 의회의장이면 됩니다. 그리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주주의의 참 질서를 유지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은 사법부에 있습니다. 이게 참다운 삼권분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삼권분립은 이렇게 실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막 20대 의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20대 의회에 바란다.’는 주제를 가지고 20대 의원들에게 몇 가지를 주문을 하고자 합니다. 20대 의회도 마이동풍이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봅니다.
첫째, 진정한 삼권분립체제를 갖춘 참다운 민주주의 나라를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사법부는 행정부의 입김을 받지 말아야 하고 입법부 또한 행정부의 입김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와 사법부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로 축소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나 의회에서 재판관 추천권이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대통령이 갖는 입법부에서 통과한 법을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제도도 삭제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입법부에서 표결한 내용을 거부할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독재정치에서 사고하는 발상입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그 권한이 동등해야 하고 행정부 수반과 입법부 수장은 그 격이 같아야 합니다.
둘째, 행정부의 압력을 받아 대법원이 재판을 행할 수 없도록 대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있은 대법원의 판결 중에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심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에 국가배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이유(6개월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멸시켰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재심판결확정 후 최소한 3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법리에 부합한다는 입장이 현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따라서 20대 의회에서 과거사(독대시절)와 관련한 배상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가 공갈, 협박, 그리고 각종 고문 등으로 사건을 조작해 놓고,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의회에서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권력 하에 온몸을 던져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이분들이 부당한 국가폭력으로 행복한 삶의 기회를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판결(민청학련사건, 아람회사건, 인혁당사건 등)은 그것이 절대 판례가 될 수 없습니다. 사법부가 행정권력에 노예처럼 순응하여 판결한 판례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들 사건에 대한 재심을 통한 보상과 배상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더 이상 행정부 권력이 공권력 유지라는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국가폭력을 만들어낸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좌초되고 맙니다.
셋째, 나라살림을 줄이는 방향으로 국가예산법을 바꿔야 합니다. 예산편성순위를 공권력 유지라는 이유로 나라사람들에게 무차별로 휘두르는 국가폭력을 축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예산편성 순위는 사회복지예산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하고, 다음은 교육 문화예산, 환경, 농수산, 등 인간의 미래행복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 순으로 예산편성 순위를 정해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분쟁과 전쟁 등 반평화적 분야의 예산은 가급적 적게 편성하는 예산편성원칙이 이번 의회에서 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넷째, 의회의원의 특권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해 주기 바랍니다. 의회법은 네달란드 의회법이 모범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의원사무실을 폐쇄 내지는 축소하고, 의원비서를 일체 두지 않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의원사무실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 수행비서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자동차 유류지원비가 무슨 필요가 있는지요. 의원이 왜 비서가 필요한 지 그게 무척 궁금합니다. 사안이 발생하여 필요한 지식이 요구된다면, 자신이 직접 도서관에 가서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직접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고 봅니다. 또 의원의 급여는 일부 정당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나라사람의 평균급여면 된다고 봅니다. 특권의식 때문에 많이 받는 급여는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넷째,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은 꼭 폐지 내지 개정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번 20대 의회에서 표결사안으로 올려주기 바랍니다. 이 나라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통일부가 존재한다면, 남과 북은 서로 적대해야할 나라가 아니라 서로 통일상대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할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남북통일을 위해선 평화통일의 방해요소가 되는 국가보안법은 ‘통일을 위한 법’으로 개정되고, 나라사람의 인권을 유린할 소지가 있는 테러방지법도 폐지 내지는 개정되어 나라사람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나라가 민주주의나라요 자유주의 나라가 아닌지요.
다섯째, 평화통일을 위한 법안 제정을 해주기 바랍니다. 남과 북이 공생하면서 평화적으로 영토통일, 민족통일을 할 수 있는 입법조치를 해주기 바랍니다. 반통일적 행정부나 전쟁광분세력들이 전쟁분위기 조성 등 대북자극을 못하도록 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미군주둔비를 매년 삭감하도록 하는 예산편성안도 세워주기 바랍니다. 미군주둔이 평화적으로 남북통일을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미군주둔비 삭감을 통해 삭감된 비용만큼 미래 한국을 복지사회로 만드는 비용에 투입했으면 합니다.
여섯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한 영토방위를 위한 무기체계 또한 통일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시켰으면 합니다. 곧 공격적 무기체계에 국방비를 들이는 것보다는 방어적 무기체계로 전환하여 남한이 한반도 영토통일과 민족통일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음을 전 세계에 모범으로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하여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입법조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너무나 권력장악과 정권유지 내지 재창출을 위하여 이념(빨갱이용어, 종북좌빨 용어 등)남발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 지구상 남은 분단국가를 청산해야 할 시기에 왔습니다. 그러한 조치를 20대 의회가 했으면 합니다.
끝으로, 의회 의원들은 로마시대의 노블레스(the noblesse)가 아닙니다. 나라사람인 민인(民人)의 대변인일 뿐입니다. 그런데 특권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적 평등사회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사회가 자꾸만 특권의식을 만들어 생산가격을 높여 자본을 축적하는 더러운 발상의 명품인간, 일등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지요. 비행기도 일반석(economy class), 기차도 일반석을 타면 되는 것을 굳이 특실을 고집하는 것은 특권의식입니다. 특권의식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개인과 자기 지역사회의 이익에 눈독을 들이기보다는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이 되어주기 바랍니다. (2016.6.1.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 醉來苑農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