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함석헌, 케이커, 집단주의

anarchopists 2020. 1. 23. 02:4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2/10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임의진 제3강]


3) 하나님을 만나 보는 것, 단체 명상, 집단 신비주의


퀘이커는 이미 집단이다. 개인이 아닌 '우리들'이다. 퀘이커는 자신들을 친우회(Society of Friends)라고 한다. 그들은 우정과 신앙과 영성의 추구라는 감정으로 집단을 형성한다. 어떤 특수한 건물 형식이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우들은 “우리에게 전혀 꾸미지 않은 방이라도 주소서. 그리하면 거기서 하나님 당신을 뵈오리이다”고 말한다.

예배 모임은 퀘이커 생활의 본질이다. 주일이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예배모임을 갖는다. 하나님을 함께 찾아나감으로써 또한 서로서로를 찾게 된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목회자가 될 수 있고 함께 예배봄으로써 예배모임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정교하게 지은 교회당에서 음악이나 다른 예배 의식 같은 예배순서의 외적인 도움들을 받고 있지 않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가 예배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길은 매주일 다르다. "(퀘이커 호주연회 안내서)

"하나님은 다른 데선 만날 데가 없고, 우리 마음속에, 생각하는데서만 만날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가 몇이 모이든지 간에, 하나님이 우리 이 가운데 계시다 하는 확신에 이를 때까지 해보고, 그렇게 하다 오늘 안 되면 또 내일 해보고, 이 시간에 안 되면 다음 시간에 또 해보고 그러는 게 명상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보는 것. 하나님을 어디 어느 처소에 가서 만날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 속에 하나님을 명상하고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바라면서 생각하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적당한 때 받을 만한 때가 되면 우리 속에, 그분에 대해 적당하게 조금씩 조금씩 아마 알게 되는 거 아닐까... 그렇습니다.“ (함석헌, 명상에 대하여, 84. 9. 2)


퀘이커는 기도와 명상을 주님을 우러르는 예배로 본다. 퀘이커는 기도의 네 단계를 설명하는데, 생각의 기도(따로 왼 기도를 소리없이 암송하는), 감동의 기도(말이 없는 심정의 기도, 일종의 회상), 자득의 기도(철저한 단순한 기도. 혼의 직시),끝으로 빠져드는 기도(사랑의 영혼과 하나님의 신비로운 연합)로 나아갈 것을 권면한다. 신비가들에게는 세가지 단계가 있는데 깨끗해짐, 밝아짐, 하나됨이라고 한다. 그들은 마침내 깨끗해지고 밝아져서 온 세계가 평화로이 하나되기를 앙망한다.

“이것은 정말 자유요 참 민주주의요, 그들이 신비파 운동에서 일어나기는 하면서도 다른 모든 신비파들이 빠지는 극단의 주관주의로 되돌아가지도 않고 비교적 건전히 중간 노선을 걸어오게 된 까닭이요, 또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도 발언권을 가지는 까닭입니다.” (함석헌, 1970년 5월 9일 퀘이커 300년(하워드 브린턴 저) 역서에 부치는 글)

오순절 집단 성령체험 사건(예수가 죽지 않고 속빛으로 살아 가슴마다 부활했음을 고백하고 그의 영혼이며 감동인 성령을 받아 민중들이 대각성하여 공동체로 헌신하게 되는 사건)을 곡해하여 왜곡된 신비주의 운동으로 어지럽혀진 세계 교회사는 안타깝고도 참담하다. 혹세무민의 기복적이고 요란한 열광주의로 고요한 세계를 훼방 놓으며 오만한 리더들의 타락한 카리스마로 하나님이 아닌 사람이 공경받는 열광주의자들과 그 길을 달리하고자 분투한 퀘이커는, 만인 사제에 입각한 집단 체험과 집단 고백(명상 끝에 누구든 마음에 차오른 진언을 뱉어낼 수 있다)의 장을 새로 열었다.

함석헌은 개인이 아닌 대중 집단, 영웅이 아닌 씨알 대중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 퀘이커의 집단 신비주의, 명상 기도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스스로를 ‘주저앉히고’ 선량한 속빛의 이웃들과 ‘손을 잡고 일떠서고자’ 했다. (임의진, 내일 계속)

임의진 시인

▲ 임의진 시인
* 임의진/ 작가,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위원, 무교회주의에서 출발한 자치 토착교단 최태용의 기독교대한복음교회 남녘교회 담임목회(1995-2004), 저서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외 다수. 한겨레신문 종교인 칼럼에 이어 현재는 ‘경향신문’ 칼럼 연재, 월간 ‘기독교 사상’에 성서연구 연재 중.
/함석헌평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