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함석헌 - 사가의 안목과 문사의 필력
[제3장]함석헌의 언론사상과 언론투쟁
김삼웅(전독립기념관장)
[제1강] 사가의 안목과 문사의 필력
함석헌선생은 여러 분야에서 출중함을 드러냈지만, 그중의 하나는 당대에 상대를 찾기 어려운 유능한 언론인ㆍ언론사상가라는 사실이다. 다른 분야가 워낙 넓고 깊어서인지 언론쪽은 덜 조명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생애와 활동에서 볼 때 언론분야 만큼 중요하고 중요시되고 많은 업적을 남긴 경우도 찾기 어렵다.
그는 대단히 유능한 언론인이었다. 일반적인 의미의 저널리스트가 아니었다. 사가의 안목과 문사의 필력을 갖추고, 지사의 의기와 무인의 용기로서 불의와 우상과 폭력과 싸운 언론인이다. 이러한 바탕에는 청정심의 종교와 도덕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매우 예리한 언론인이고 날카로운 평론가였다. “시대를 보는 눈이 매우 예리했다. 언론인과 비언론인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의 하나가 시대를 보는 눈에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편집국 취재부 기자처럼 그날 그날의 시사문제에 관심이 날카롭다는 뜻이 아니라, 그 시대의 이면에 흐르는 사조를 꿰뚫어 보는 눈이 남달리 날카로왔다.”
함석헌의 언론활동은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소속에 갇히지 않고, 이념이나 정파ㆍ종파를 넘어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모든 것에 거리낌이 없는” 비판자의 모습은 원효를 닮았고, 이땅의 씨은 누구나 쉽게 읽고 들을 수 있는 구어체의 글쓰기는 역시 원효의「무애사상(無㝵思想)」의 경지에 이르렀다. “선생 (함석헌)이 쓰신 문장이 보통 언론인 이상으로 유려하고 평이했다는 점이다. 언론인과 비언론인의 구분은 첫째 조건은 문장이 쉬운가 난삽한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선생의 문장은 놀라울 정도로 간결하고 또 쉽다. 더욱이 한글 전용을 하기 때문에 중학교 졸업 정도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셨다.”
이른바 현대판 ‘문체반정(文體反正)의 글쓰기였다. 그는 평생에 많은 글을 썼지만 한번도 음풍농월에 빠지지 않았고, 양심과 진실에 반하는 글을 쓰지 않았으며, 곡필이나 양비론의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았다. 서거정(徐居正)의 말대로 벼락이 치고 작두가 목에 들어와도 할 말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쓴 사관이고 언관이었다. 제도권 언론(인)이 상황과 정세에 따라 기회주의ㆍ보신주의ㆍ곡학아세에 빠져있을 때 정론과 직필의 사필을 휘둘렀다. 그는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융합하는 품격 높은, 그러나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로, 격동의 시기에 남긴 수많은 시론(時論)은 사론(史論)이고, 사필(史筆)이 되었다.
그는 언론사의 기자나 논설위원이나 주필을 한 적은 없지만 어느 언론인보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었다. 뒤에서 다시 쓰겠지만 제도언론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언로가 봉쇄되자 직접 잡지를 만들어 할 말을 다 하였다.
함석헌이 걸어 온 민족언론의 전통은 “언로의 통색(通塞)이 국가에 가장 긴요하다. 언로가 통하면 치안하지만 막히면 난망한다”고 주창하며 언로의 문을 연 조광조와, 계몽ㆍ항일의 필봉을 날리다 국치를 앞두고 망명하여 개인잡지〈천고(天鼓)〉를 발행하면서 수구세력과 일제와 싸운 신채호의 맥을 이었다. 이렇게 이어진 민족언론의 맥은 장준하ㆍ송건호ㆍ리영희에게로 전하고, 오늘날 언론탄압에 맞서 처절하게 저항하는 젊은 언론인들에게 이어진다.
그의 언론사상의 본지(本旨)는 성역없는 비판정신이었다. 올바른 비판은 언론(인)을 포함한 지식인의 본령(本領)이다. 시(是)와 비(非)를 반(半)으로 쪼개어(刀) 보여준다(示)는 비판의 글자가 의미하듯이, 참된 비판은 시비를 가리는 작업이다. 맹자는 일찍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인간 마음이 슬기라는 본성”(非是之心 智之端也)이라 하였다. 인간본성의 4단(四端) 중에 ‘비시지심’을 하나로 친 것이다. 지식의 지(知) 자에 살시(矢) 자와 식(識) 자에 창 과(戈) 자가 들어 있는 의미에서도 지식인들의 역할을 찾게 된다. 함석헌은 참 비판자이고 참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민주권력은 비판하고 독재권력에는 꼬리치는 것은 진정한 비판행위도 지식인의 역할도 아니다.
■ 선생님은 최근에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을 쓰셨고, 날카로운 필치로 주로 인물평전을 많이 쓰셨다. "안중근평전", "백범김구평전", 녹두전봉준평전", 만해한용운평전", 단재신채호평전" 등이 있으며 지금은 오마이뉴스에 "장준하평전'을 연재하고 계신다.
/함석헌평화포럼
내일은
제2강
"권력 비판하자 어용논객들 비방 나서가
나갑니다. 많은 열독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