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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 제 4강] 함석헌, 케이커, 집단신비주의

anarchopists 2020. 1. 23. 02:4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2/11 07:06]에 발행한 글입니다.

[임의진 제4강]


4) 고난 침묵 저항, 마중물들의 외침 소리

북미인디언 마크맥어로 기도란 "하나되어 말하기"라는 뜻의 '올수터미'라고 한다. 일생동안 '신과 하나되어 말하는 것'이 기도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특정 장소와 특정 중개자가 필요없다. 매순간 신과 하나되어 삶 전체로 드리는 명상과 기도가 바로 참된 기도라고 그들은 믿는다. 혹자는 부와 명예, 멋진 집과 자동차를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다가 들이닥칠 생태적 폐해와 지구 전체 질서의 혼란이 가중될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말이다. 기도란 불의와 탐욕에 저항하고 거부하며, 자본의 권력을 부정하는 행위여야 한다.

"사람은 저항하는 거다. 저항하는 것이 곧 인간이다. 저항 할 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왜 그런가. 사람은 인격이요 생명이기 때문이다." (함석헌, 저항의 철학, 전집 2 인간 혁명)

퀘이커의 성직자 없이 움직이는 집단 신비주의, 집단 명상, 집단 기도는 제도 교회에 대한 저항이다. 상명하달의 군사문화적이고 불평등하고 획일적이며 패권적이면서도 동시에 무능한 제도 교회에 대한 부정의 몸짓이다. 이 부정과 저항은 비단 종교에 국한될 수 없다. 우리는 일체의 모든 단위에서 비겁해졌다. 쉽게 집단으로 기도하고 노래하고 호소하며 나아가지 못한다. 권력의 폭력앞에 쉬이 사그러져 버린다. "민중의 가장 무서운 병은 비겁이다. 비겁은 죽음이다. 혼이 죽으면 비겁해진다. 죽었기 때문에 뜯어먹는 것들이 모여든다. 죽어도 비겁하지 않는 민중을 아무도 억누를 수는 없다. 언론압박이라 하지만 천지간에 아무도 외치는 입을 틀어먹을 놈은 없다. 압박은 스스로 수그러지는 자에게만 있는 것이다."( 함석헌, 민중의 교육과 중교, 전집 16 한국기독교는 무엇을 하려는가)


이 비겁한 세상에 수없이 일떠서는 집단의 작은 외침들이 되어야 한다. 그런 용감한 외침의 마중물들이 저마다 되어야 한다. 그 한사람 한사람 마중물, 한씨알 한씨알 마중물이 우리가 된다면, 그런 집단의 외침이라면 세상은 달라져도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고난(고통)의 신비, 침묵의 신비, 그리고 저항의 신비에 젖어들어야 한다고 함석헌은 우리에게 일러주고 갔다. 마중물이 된 함석헌의 신비주의와 외마디 외침이 퀘이커를 넘어 아니 종교까지 넘어 씨알 백성 방방곡곡마다 큰 물을 데불고 올 것으로 굳게 믿는다. 함석헌은 전체만이 거룩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개성을 중시하고 자유로 꽃핀 아름다운 개인의 모둠동아리 전체일 때 거룩한 것일 것이다. 이 의(義)로운 전체가 드리는 기도, 거룩한 신비와의 합일은 <고난, 침묵, 저항>으로 꽃피워 하나님의 나라 '평등과 평화, 자유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5) 촛불 광장, 집단 신비주의 예배, 익명의 퀘이커

우리는 지난 세월 여러 번의 민중 항쟁들을 통하여 집단 신비주의 예배, 새로운 세상을 믿는 집단 신비주의자들의 외침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 씨알들은 이성의 판단에 근거했다 하더라도 그 용감함과 희망의 근거엔 신비로운 어떤 움직임, 어떤 발상, 어떤 연대의 기틀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들 저마다 증언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촛불 광장에서 집단을 이룬 익명의 퀘이커, 익명의 외침들을 목격했다. 어떤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나 자기 이익을 주장하는 자리가 아닌, 씨알들이 스스로 들고 나온 정의와 자유를 꿈꾸는 희망의 촛불을 잠시나마 목격할 수 있었다. 정부와 경찰의 견해를 빌려 그 촛불이 후기에 어느짬 폭력성으로 변질되었다 하더라도 그 초기 순수성에 대하여 어느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대통령의 사과, 행정부 관계자 및 경찰 관계자의 여러 발언들엔 초기 촛불을 들고 일어선 씨알들의 순수성엔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오늘날 세상에 편재한, 익명의 퀘이커들을 불러 일으킨데 있어서 길라잡이 함석헌의 공로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들사람들아 일어나라, 촛불이 되라, 맘껏 소리치는 씨알소리가 되라." "진리는 민중에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민중의 입을 통해 온다" (함석헌, 전집 14, 353-354)  우리는 지금 함석헌의 외침처럼, 우리의 외침, 곧 하나님의 말씀을 내뱉을 때이다. 어떤 두려움과 제약도 없이. (임의진 시인 발표 끝)

임의진 시인

▲ 임의진 시인
* 임의진/ 작가,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위원, 무교회주의에서 출발한 자치 토착교단 최태용의 기독교대한복음교회 남녘교회 담임목회(1995-2004), 저서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외 다수. 한겨레신문 종교인 칼럼에 이어 현재는 ‘경향신문’ 칼럼 연재, 월간 ‘기독교 사상’에 성서연구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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