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교육

[석경징 제3강] 먼지를 털면 누구는 깨끗한가

anarchopists 2020. 1. 28. 02: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4/24 10:43]에 발행한 글입니다.


털면 먼지 안 날 사람이 있나

그런데 잠깐. 진짜 큰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우선 그렇게 불호령을 하던 추궁자들이 그 다음날로 찍 소리도 안 낸다. 어제까지의 일을 싹 잊어버리도록 망각력이 센 건지, 모든 것을 체념하는 도에 통달한 건지, 그저 다음 일이 더 바쁜 건지, 아니면, 그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나도 그런데 뭘. 세상에 털어 먼지 안날 사람 없지.” 하는 확신에서 그러는 건지, 아무튼 그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잘 돌아가고 만다. 이건 웬 일인가?

“이 세상에 험 없는 사람 없고, 실수 안 한 사람 없고, 아주 좋은 사람 없고 아주 나쁜 사람 없으니, 그저 해가 뜨면 새 날이고 해가 지면 간 하루니, 저는 안 그런 척 하고 나서서 따지는 것도 낮 간지러워 오랜 못하는 법, 그럭 저럭 한 세상 살다 가자꾸나”주의란 말인가? 서로 더 낫고 덜 낫고가 아닌 형편에서 뽑히는 사람들이 뽑아주는 사람들보다 나을 것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말인가? 뽑히려는 이들은 뽑아 주는 이들보다 기를 더 쓰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뽑힌 이들이 뽑아주는 이들보다 훨씬 덜 나은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은 건가?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가?

아니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어느 구석에서건 조금은 낫고, 내일은 오늘보다 또 조금은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우리 모두가 버렸단 말인가? 만약 그런 생각을 아주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가 정신 차려 힘써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 밖에 없다. 그것은 “나는 못나도 내 자식은 잘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바르게 실천하는 일이다. 어린이, 젊은이들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키워서, 우리보다는 나은 어른이 되게 하고, 그래서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이루게 하는 일이다. 우리의 삶에서 그 무엇보다도, 교육을 중히 여기고 거의 온 힘을 교육에 쏟아야 할 것이다.

먼지털이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실은 지금 우리의 세상에서는 무엇을 하면서 생각을 하건, 가 닿는 곳은 교육이란, 성스럽기까지 한 일이다.(석경징 끝)

석경징 선생님은
석경징(石璟澄) 선생님은 영문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전공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계신다. 재직 중이실 때는 서울대 입시출제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함석헌학회 자문위원이시다.

저서로는 <서술이론과 문학비평>(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역서로는 <현대 서술이론의 흐름)(솔, 1997)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에서의 인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숭실대학교논문, 1997)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