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흐르지 못하는 물 이야기 4
4(생략함)
5.흔히 들리는 말로, 우리나라는 유엔이 경고한 ‘물 부족 국가’하고 한다. 부족한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정 그럴까. 우리의 강수량에 3분의2에 불과한 독일도 물 부족 국가가 아닌데, 인구밀도가 아무리 높아도 그렇지, 어찌된 영문일까. 유엔이 우리나라에 와서 직접 조사했을 리 만무한데, 유엔에 자료를 제공한 곳은 어디일까. 댐을 지어 방만한 조직을 끌어가는 수자원공사에서 자료를 제공한 것이 틀림없지 않을까. 어쩐지, ‘물 부족 국가’ 설의 출처는 거의 정부와 수자원공사 쪽이었다.
큰 강을 거대하게 가로막는 댐과 작은 하천을 낮게 막은 농사용 보는 ‘녹색댐’의 한시적 대안이어야 한다. 녹지와 부엽토가 스펀지 역할을 충분히 맡아줄 정도로 산에 나무가 울창해질 때까지 이용해야 한다. 댐을 이용하는 동안에도 유입되는 오염원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며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담수어류와 회귀성 어류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댐과 보에 생태형 어도(魚道)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생태 허용량 이상 확장된 도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면 수돗물은 최적의 수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수돗물의 재활용 대안을 모색하여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인근 산의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설악산 계곡 물까지 서울로 운반하려는 발상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심하며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확보하자는 뜻이다.
갈수기에 금호강이 말라 악취가 진동해도 상류 영천댐은 수문을 열지 않는다. 산업사회에서 포항제철에 일정량의 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일본제철은 수돗물을 계속 공급받는 비용보다 더 많은 부담을 감당하면서도 물을 걸러 재사용한다. 모자라면 더 공급하면 그만이라는 공급자 위주의 관리에서 우리도 수요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는 도시 하수를 중간 처리하여 허드렛물로 재활용하고 있으며 핀란드도 독일과 같이 철저히 처리한 하수를 하천에 흘려보내 시민들의 친수공간에 활용하고 있다. 이제까지처럼 하수종말처리를 거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 활용 가능한 물을 바다로 버리기보다 중간에서 정화 처리하여 복개한 하천을 흐르게 한다거나 허드렛물로 이용할 방안을 우리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황해에 적조가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분뇨가 군산 앞 바다 공해상에 식품공장 쓰레기와 함께 배출되기도 하지만 육상의 물을 정화해주는 갯벌이 막대하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16억 인구가 밀집될 중국 해안에서 쏟아질 공장폐수와 분뇨도 적지 않을 것이다. 화학비료와 수세식 화장실은 분뇨와 음식쓰레기의 자원화를 원천 봉쇄한다. 값이 좀 비싸더라도 우리 땅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사먹는다면 땅도 살고, 물도 살고, 바다도 살고, 농민들의 건강과 함께 내 노후와 후손의 환경도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안데스 빙하환경연구소’ 벤하민 모랄레스는 사람들의 자원과 에너지와 물 과소비로 인해 빙하가 녹아 내리는 현상을 두고 “원금을 까먹고 있는 은행계좌”로 지적했다고 한다. 적절한 표현이다. 밥을 안 먹어도 사람은 두 달 이상 살 수 있지만 물은 아니다. 2주일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고 한다. 단식으로 몸을 다스리는 사람도 물은 꼭 마신다. 주로 감잎차를 끓여 마시는데, 감잎에 농약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사람도 생명이기 때문이리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 흐르듯 흘러야 건강할 수 있다. 물이 물 흐르듯 흐르지 못하게 만든 우리는 지금 몹시 피곤하다.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물의 해’라고 하는데. (2011. 7.31, 박병상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