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철학과 타자화 3

anarchopists 2020. 1. 8. 12: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13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철학과 타자화 3

“마르크스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추구하려는 바를 “인간의 자연화”를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표현하였다...... 역사의 뿌리는 바로 인간이다. 그는 노동하고, 창조하며,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키고 이를 추월하지 않는가? 만약 인간이 자신을 파악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속에서 소외 혹은 외화(外化) 없는 자기 자신을 증명한다면,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의 유년기에 갈구했으며, 누구도 아직 실현하지 못한 무엇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고향이다”(E. Bloch, 위의 책, 3000-3003).

그러므로 타자로서의 자연은 우리가 시작된 기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역사의 자체는 자연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리고 인간이 되어가는 자연의 생성의 한 부분이므로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말한 마르크스의 입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서로 배제되거나 타자화될 수 없다는 것을 짚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젝(S. Zizek)이 1차적 자연이 인위적으로 인간에 의해서 가공된 2차적 자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형이 되면서 자연이 괴물이 되었다고 진단하고 그것이 유전자 변형이라든가 지구 온난화의 위협 등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설령 칸트의 정언명령이 나의 의무, 우리의 의무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고 단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만 말한다고 하더라도(형식적 불확정성),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의무 즉 자연을 인간의 생명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앙리 르페브르가 “새로운 삶이란 안정과 부유함을 의미하며, 잘 꾸며진 주방이자 여가활동을 의미한다.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희망과 욕구의 증가는 요구되고 있는 것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노동자 계급과 그의 동료들-기술자들과 사무노동자들-은 점점 더 특수한 존재, 또 국지적인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는 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는 현재의 새로운 기술력으로 또 다른 기술력을 파괴하면서 기술에 대한 감수성만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노동 시장에서, 자본가에게 물질적 시간으로 파는 대신에 순수한 자연과 순수한 즐거움으로 함께 있으면서 일상의 재창조 혹은 일상의 미학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과 의식을 지배하는 조작적 노동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인간개혁”과 “일상생활의 민주화”(Demokratisierung)입니다. 가족, 도덕, 노동, 물질 등이 타자화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물신숭배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와 같은 해방의 철학, 인간본위의 철학을 통해 지금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소외된 삶의 양식과 타자가 되어 버린 인간(성)을 바꾸기

자기 한계에 노출된 자본(가),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본의 횡포와 형이상학적 오만과 독단, 그리고 그 욕망은 늘 상품이 ‘숭고’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자본의 형이상학적 독단과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본가로부터 이미
타자가 되어 버린 물질, 도덕성, 그리고 시공간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이 있어야만 합니다
. 자본가로부터,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점에 대해서는 마이클 샌델M. Sandel도 『공공철학』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에 위해서 일하지도 않고 그 상품을 사지도 않는 그러면서도 일하며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야만 합니다(가라타니 고진). 앙리 르페브르가 부르짖듯이 “진정한 삶은 일에서 떠나는 순간”(H. Lefebvere)임을 자각한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이었던 에리히 프롬(E. Fromm)의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존재의 상태이다”(To hope is a state of being)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의 노예가 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여가라는 것을 즐기지도 못합니다. 어쩌다 우리가 여가를 향유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찬찬히 뜯어보면 계속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은 골프, 드라이브, 잡담, 영화, 여행, 소비, 섹스 등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끊임없이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두려워하는 존재로 길들여져 퇴락되어 버린 것입니다(E. Fromm). 그러다보니 주체적 판단과 합리적 인간, 그리고 자기를 객관화 하면서 내면을 성찰하는 인간보다는 밖으로부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그에 따른 반응만 할 줄 아는 병리적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2010.10. 13. 김대식)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