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죽임을 당했다. -더이상 제2의 노무현을 만들지 마라-
전(前)대통령 노무현은 수구적 정치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검찰권력의 악의에 찬 협잡(挾雜)에 의하여 끝내 무거운 짐(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을 이고, 죽임을 자진(自進)하였다. 이승에서 함께 못하는 아픔이 크다.
죽음은 곧 삶의 완성이라고 했다. 삶의 완성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그릇에 내용물을 다 채우고 삶이 끝났음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 그릇에 내용물이 채워지지 않으면 삶의 완성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삶의 완성을 이루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모두가 미완성의 상태로 끝낸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고독했다. 그래서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하여 강제로 미완성의 삶을 택하였다. 곧 죽임을 거절하지 않았다.
삶의 완성을 이룬 사람들은 삶의 향기가 후세까지 이어진다. 곧 예수요, 석가요, 마호메트이다. 모두가 종교적인 사람들이다. 동아시아에서는 공자와 맹자, 순자와 묵자, 노자와 장자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력의 조작으로, 삶의 향기가 바뀌었다. 인민 통치이론을 만들어낸 공자는 후세에 으뜸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인민을 향한, 인민에 의한 정치이론을 역설한 묵자와 맹자, 노자, 장자의 이름은 맨끝 이름이 되었다. 오늘날 민본주의 입장에서 볼 때, 맹자, 노자, 장자, 묵자의 삶의 향기가 더 아름답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장난으로 인민통치를 최고가치로 삼은 공자의 삶이 더 아름답게 조작되었다.
국가주의가 나온 이래, 정치권력은 사람의 ‘삶의 향기’마저 저들의 입맛대로 바꾸어놓는다. 지배권력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조작한다. 기득권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를 당한다. 사람다운 사람은 나쁘게 각인된다. 사람답지 못한 자들이 좋게 각인 되는 세상이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조작 때문이다. 요즈음은 친일/친미적 산업화세력에 편드는 언론/방송권력이 더 망나니처럼 날뛴다. 이 나라는 아직도 나라 사람들을 지배하려 드는, 그리고 기득권을 영구히 독점하려 드는 되먹지 못한 나쁜 권력과 나쁜 자본, 그리고 나쁜 언론들이 설쳐대고 있다.
부도덕한 세력과 비양심적인 언론이 자신들의 부도덕성과 비양심을 숨기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고 있다. 10여 년 전, 나라 사람들로부터 도덕적인 인물, 윤리행동적인 정치가로 칭송을 받던 한 인간을 부도덕한 권력이 자신의 권력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추하게 소문을 조작해 냈다. 그리고 그의 자유의지에 따른 윤리행동을 비열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노무현은 고통스러워 했다. 그의 유서에서 자신 탓 때문에 남이 받을 고통, 그리고 끝나질 않을 고통을 괴로워했다.(유서마저 타에 의한 조작인지도 모르지만) 노무현의 고통은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권력의 협잡으로 만들어진 강제된 고통이었다.
자신의 고통이 다른 곳으로 전염이 되지 않도록 그는 각별한 배려를 했다. 그 결과가 스스로 남의 고통까지 끌어안고 끝내는 일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은 미완성의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삶의 향기’는 크다. 지금까지 한국에 살았던 훌륭한 인물들과 비하여 손색이 없다. 비교가 조금은 그렇지만, 이승만에 비해 김구가 더 훌륭했고, 박정희에 비해 장준하가 더 훌륭했고. 이명박에 비해 노무현이 훨씬 더 훌륭했다. 노무현은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직했다. 노무현은 경제적으로 가난했다. 한 줌의 부끄러움도 없이 살았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는 너무나 약하면서도 강하게 살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려고 노력했다. 노무현의 ‘자진(自進)죽임’은 이명박과 당시 검찰이 협잡하여 만들어낸 조작의 결과이다.
지금, 그를 죽인 사람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의 부도덕을 숨기기 위해 노무현을 부도덕하게 만든 이들. 자기의 비양심을 숨기기 위해 노무현을 비양심으로 만든 이들. 자신의 더러움을 숨기기 위해 노무현을 더럽게 만든 이들. 그들은 바로 기회주의적인 검찰권력이다. 이권(利權)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언론권력이다. 그리고 더러운 자본권력이다. 이들은 또다시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언론적 권력에 도전하는 자가 있다면 제2, 제3의 노무현을 만들어내리라 본다. 참으로 중국 진나라 영정(嬴政: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보는 느낌이다. 박정희의 ‘인혁당사법살인’을 보는 느낌이다. 전두환의 광주학살을 보는 느낌이다.
이제 노무현의 이름을 더이상 더럽혀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이 시대의 고통을 다 짊어지고 저승으로 갔다. 노무현을 죽인 사람들은 더이상 우리 사회를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를 더이상 더럽혀서는 안 된다. 노무현을 죽였으면 이제 여기서 더 이상의 나쁜 짓은 그쳐야 한다. 그러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명박은 결국 이 나라 역사에 구린내 나는 더러움을 남겼다. 노무현을 죽인 검찰은 오늘도 도덕적 양심을 가진 자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언제 끝을 보려나. (함석헌평화연구소 황보윤식, 초고 2009. 5. 24, 고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