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rchopists 2020. 4. 11. 09:41

*나쁜 놈과 좋은 사람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한자에 사람을 일컫는 접미사(接尾辭, 파생어)에 인(人), 자(子), 자(者) 등의 글자가 있다. ‘人’은 사람을 일컫는 일반명사 뒤에 붙이는 접미사(예 善人, 惡人 등)이고 ‘子’는 중국에서 남자를 일컫는 또는 성인 등의 성(姓) 뒤에 붙이는 접미사이다(예, 孔子, 老子 등) 그리고 자(者)는 학문 등, 어느 방면에 능통한 전문지식을 가진 자를 일컫는 명사를 만들 때 쓰인다(예, 科學者, 專攻者 등) 또는 물건과 사람을 보편적으로 일컫는 말의 뒤에 붙여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곧 물건을 일컫을 때는 ‘~것’ 사람을 일컫을 때는 ‘~자’ 등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후자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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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者’에 대한 자원을 풀이해 보면, 늙은 로(耂)와 말할 왈(曰)가 합해진 글자이지만, 사실은 그림글자다. 춘추전국시대 만들어진 금문(金文)에서 보면, 者의 원래 글자는 삶을/익힐 자(煮)이다. 곧 로(耂)+왈(曰)+화(火)의 모음글자였다. 밑에는 받침대가 있고 위에는 나무를 쌓아놓고 그 밑에서 불을 지피는 형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煮)에서 늙을 로(耂)는 솥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이고, 가운데의 왈(曰)은 아궁이를 뜻하고 아래의 화(灬=火)는 아궁에 지핀 불을 뜻한다. 그래서 자(煮)는 ‘익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점차 세월이 지나면서 익힌다는 뜻의 자(煮)에서 불 화(灬)를 빼고 자(者)를 따로 떼어내어 소리만 빌리고 뜻은 전혀 다르게 쓰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의 삼는다. 익힌다의 뜻과는 다른 사람 또는 물건을 일컫는 접미사로 쓰이게 되었다. 이런 글자의 원뜻 때문에 중국에서는 나쁜 사람이거나 자기의 원수가 되는 사람한테 “삶아 죽일 놈”이라는 욕을 한다.

이런 자(者)가 우리말로 쓰일 때는 물건인 경우는 ‘것’ 사람인 경우는 ‘자’로 쓰인다. 그런데 사람에게 쓰일 때 이 者는 여러 뜻으로 분화된다. 곧 사람을 여러 부류로 구분하여 쓰인다. 자, 이, 분, 놈, 치 등이다. 나쁜 사람인 경우는 “죽일 놈”, “ㅆ할 놈” “싸가지 없는 놈”등 놈 자를 붙이고 제대로 된 사람, 곧 좋은 사람/훌륭한 사람인 경우는, 그이, 그분으로 쓰인다.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는 그냥 그자, 그치 등으로 품격을 낮추어 쓴다.

그러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나쁜 놈과 좋은 사람의 공통점은 똑같이 자신이 ‘나쁜 놈’이다. ‘좋은 사람’이다 라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둘의 차이는, 나쁜 놈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나쁜지, 좋은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다는 것이고, 좋은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위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대중/민중/민인)들은 이 두 가지 범주에 속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두 범주를 벗어나 나쁜 놈과 좋은 사람 중간에 껴서 이것도 저것 아닌 부류에 속한 자들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을 ‘제3의 부류’(민인/민중)라고 부른다. 이들은 늘 기회주의적 발상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좋고 나쁨의 판단기준은 있는데 머리에서 회전하는 판단의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두뇌회전이 늦다는 것을 모르고 늘 즉흥적인 판단을 하고는 뒤늦게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 기회주의적 두뇌구조를 가지고있어 판단능력이 둔한 사람들이 즉흥적인 판단을 하였을 경우, 사회는 이들의 기회주의적 결정에 의하여 잘못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중간 부류의 판단을 가진 사람들은 겁이 많다. 권력의 위협에 쉽게 잘잘못의 판단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정희 때와 전두환 때는 쉽게 그들의 군사적 무력에 굴복하였다. 또 기회주의적 잘못된 판단으로 이명박을 선택하여 이 나라의 금수강산을 최악의 환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박근혜를 잘못 선택하여 환관/시녀의 정치놀음에 이 나라를 창피하게 만들었다.

총선기간이다. ‘나쁜 놈’이나 ‘좋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엘리트권력(의원)을 쥐겠다고 뛰어들었다. 나쁜 놈들은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없기 때문에 엘리트 반열에 오르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좋은 사람도 엘리트가 되려고 혈안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사람은 적어도 나라와 사회발전, 인간의 권리, 자연생명의 존중심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가려내는 백락의 혜안(慧眼)을 가진 제3의 부류(민인)가 몇이 될까 걱정이 된다. 나쁜놈에게 표를 던지게 되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순간, 자신이 찍은 의원(나쁜놈)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판단능력이 부족한 제3의 부류들이 많게 되면 사회는 나쁜 놈들을 의회로 진출시켜 나라와 사회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나라.사회발전은 뒤전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자들이 바로 나쁜놈들이 아니겠는지(함석헌평화연구소, 황보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