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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제1강] 핀란드-국가경쟁력 1위를 낳는 힘

anarchopists 2020. 1. 28. 02: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4/27 08:5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핀란드-국가경쟁력 1위를 낳는 힘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이 해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핀란드는 항상 최상위권에 속한다. 인구가 520만 밖에 안 되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임에도 이 나라의 대표적 기업 노키아는 삼성과 모토롤라,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도 4만 달러를 훨씬 넘어섰고,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품위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복지혜택을 제공할 정도로 안정된 나라다. 핀란드에 사는 한국 동포들을 만나면 핀란드 사회의 장점을 말하느라 침이 마를 정도다.

핀란드는작지만 이렇게 강한 나라로 만든 힘은 무엇일까?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란 책의 저자인 리처드 루이스는 교육을 그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든다. 그렇다면 왜 핀란드인들은 교육을 그렇게 중시하게 됐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핀란드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
우리가 핀족의 나라로 알고 있는 핀란드는 1917년에야 독립한 신생국이다. 물론 현재의 핀란드 지역에 오랫동안 핀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랫동안 하나의 독립국가를 이루지는 못했다. 12세기 들어 러시아와 스웨덴이 이 지역을 두고 각축하다가 스웨덴이 승리해 이 지역을 점령하게 됐고 그 이후 600년 이상 이 지역은 이웃 스웨덴의 속주로 존속했다.

그러나 호시탐탐 핀란드에 눈독을 들이던 러시아는 1808년 이 지역에 대한 침략을 단행해 마침내 1809년 핀란드를 자국령으로 편입했다. 러시아는 핀란드를 대공국으로 명명했다. 차르가 핀란드 대공을 겸하기로 하고 총독을 파견해 다스리는 방식을 취했다. 상당한 정도의 자치가 허용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자치도 핀란드인들의 독립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19세기 들어 많은 민족주의적 서사시가 출현하고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처럼 민족혼을 자극하는 음악이 등장하면서 독립을 희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민족주의적 움직임에 자극돼 핀란드 대공국에서는 자체통화를 도입했고 징병제를 실시했으며 1906년에는 새 헌법이 제정됐다. 새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핀란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볼세비키 혁명으로 러시아가 무너진 틈을 타 핀란드는 1917년 독립을 선포했고 이태 뒤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독립의 기쁨도 잠시였다. 1938년 러시아와의 겨울전쟁에서 져 영토의 10분의 1을 빼앗겼다.1941년에는 빼앗긴 땅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소련을 침공한 독일을 지원했다가 2차대전의 패전국이 돼 3억달러의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우리에게 낭비할 인적자원은 없다.
이렇듯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온 역사를 가진 핀란드는 국민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것 역시, 동원 가능한 인적 능력을 총동원해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강조 역시 이런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물론이지만 국가 지도자들도 교육문제를 거론할 때면 한결같이 핀란드에선 인적자원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핀란드의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을 주관하는 요우니 발리예르비 이베스퀼라대학 교수는“작은 나라가 성공하는 데는 교육이 유일한 수단이고, 우리는 잠재적인 재능을 잃어버릴 만큼 여유가 없으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실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데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존재해 왔다”고 말한다. 마리아 타우라 미래위원회 위원장 역시 핀란드 국민은 누구나 훌륭한 자원이라며 “아주 똑똑한 천재를 키우는 것보다 뒤처진 아이들을 함께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핀란드의 정책이고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공통인식에 따라 이뤄지는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뒤처진 아이를 끌어올려 어떻게 해서든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핀란드 교육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살펴보자.(권태선, 내일 계속)

*권태선님은 지금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으로 있습니다.
이 글은 "씨알의 소리" 통권 204호(5.5월호)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운영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