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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서평, 독후감

조봉암평전-시대의 비극을 노래하다

by anarchopists 2019. 1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4/10 05: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조봉암평전』-시대의 비극을 노래하다.
이원규, 『조봉암 평전』(한길사, 2013. 3.1)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 불가능한 이 시점에서 한길사가 펴낸 『조봉암평전』(이원규, 2013. 3. 1)은 우리 사회에 진보와 보수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서단을 여는 책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글쓴이도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국가권력에 의하여 빨갱이로 몰렸다. 그리고 사건이 고문에 의해 조작되어 국가변란죄로 감옥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문필가인 저자의 탁월한 글 솜씨도 한몫을 했지만 그보다도 죄 없이 정적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강제된 사형을 눈앞에 둔 사형수가 가족과 면회하는 장면은 이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비극적 장면이다. 독재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정치적 반대세력과 죄 없는 사람을 정치적 이념으로 뒤집어씌워 죽이는 비참한 현실을 이 책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이승만의 반공주의가 얼마나 많은 인재를 죽였는지. 이 나라에 왜 지금까지 정치적 인재가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리라 본다.

2011년 1월 20일, 대법원 법정- 죽산 조봉암은 이승만 독재에 의해 강제된 사법살인을 당한 지 5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조봉암은 『조봉암평전』으로 되살아났다. 저자 이원규는 많은 연구물과 구술자료를 가지고 조봉암을 오늘에 되살려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유행되고 있는 정치논리인 경제민주화, 평화통일론, 책임정치론은 공교롭게도 55년 전 조봉암이 주장하였던 정치논리다. 그런데 조봉암은 평화통일론을 주장하였기에 무력통일론을 주장하는 이승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했다. 오늘날 되짚어보면 이승만은 틀리고 조봉암은 옳았다. 곧 그른 사람이 옳은 사람을 죽인 결과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얻는다. 권력자들이 자기 정치이념과 다른 사람들을 결코 죽여서는 안 된다는 진리다.

조봉암에게, 인혁당에게 사법살인을 강행했던 사법부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재판부가 얼과 혼이 다 빠지고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에 떨리는 분노로 하소연하고 싶다. “재심청구에서 꼭 무죄를 선고하지 말고, 당대의 현실 속에서 권력과 자본을 뛰어넘어 당당하게 정의로운 재판을 해 달라”는 거다. 역사 속에서 대법원의 재판오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승만 때 조봉암사건, 박정희 때 인혁당사건, 전두환·이명박 때 아람회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조봉암에 대한 사법살인은 이승만의 독재와 부패자본에 대항하는 ‘진보당사건’에서 비롯된다. 조봉암은 해방정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가지고 두 차례 대통령선거(제2대와 제3대)에 출마하여 이승만에게 패배한다. 그러나 제3대 대통령선거(1956. 5. 15)에서는 216만 표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다.(사실상 조봉암이 이승만을 이겼는데 개표조작으로 이승만이 당선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설득력이 있다.) 이에 힘입어 조봉암은 진보당을 결성(1956. 11. 10)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자신을 국부로 착각하고 평생 독재권력을 행사하려 했던 이승만과 자유당에게는 조봉암이 장애물로 보였다. 여기서 정치적 음모가 시작된다. 당시 최고 권력의 사주를 받은 검찰(악질 검사 오제도가 주도)은 진보당이 북한과 연계하여 간첩활동을 하였다고 사건을 조작해 낸다. 진보당의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통일노선과 같다는 거다. 그래서 북한 공작금을 받아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거다. 이 음모에 의하여 하여 조봉암과 핵심 당원들이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누명을 쓰게 된다. 곧 이승만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정적(政敵: 정치적 반대세력)을 국보법위반으로 조작하여 사법적 인재 제거 음모의 첫 사건이 된다. 이후 이것이 첫 사례가 되어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 전철을 밟게 되고 정치적 인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2013. 4. 9, 황보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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