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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서평, 독후감

황보윤식,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동연, 2021.2) 서평

by anarchopists 2021. 3. 22.

지난 2월 설이 끝나고 한 권의 책을 우편으로 받아들었다. 평소 잘 알고 있는 황보윤식 선생님이 보내주신 책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종교서적과 종교예술, 인문학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중견출판사 동연(대표: 김영호, 서울 마포)에서 20212월에 출판한 책이다. 저자 황보윤식은 사회운동(주로 생명운동)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뜻한 바 있어 산자락(남소백산)에 위치한 취래원에 들어와 농사(사과과원)를 짓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후학양성을 위한 반딧불이서당(주로 한문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평화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대학과 사회단체에 함석헌의 평화사상과 관련 강연도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하여 영주 민본주의실천연대라는 단체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이 그동안 공동저술만 펴내다가 지난번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문사철, 2017)이라는 책을 펴낸 이래 이번에 3번째 단행본을 냈다. 이 책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세상을 꿈꾸었던 안중근, 조봉암, 김대중, 함석헌 등 네 분의 평화공동체 논리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론격으로, 우리나라의 평화유전자가 강화도 마니산에 있다는 것을 사료를 통하여 입중해 내고 있다. 그리고 평화의 개념과 함께 아나키즘 입장에서 보는 평화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혀두었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안중근이 젊은 목숨을 벌이면서까지 근대개화기 우리나라를 침략해 들어오는 일제침략자의 우두머리 이토(이등박문)를 격살했는가에 대한 해답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건설에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 처음으로 국가폭력에 의하여 사법살인을 당한 조봉암이 왜 뜻을 펴지 못하고 국가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해야 했는가. 저자는 그 해답으로 이승만의 전쟁을 통한 북진통일에 맞서 평화적인 남북통일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김대중과 함석헌의 평화공동체에 대해도 분석하고 있다. 김대중은 안중근의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정치적으로 성립시키기 위하여 노력했으며, 함석헌은 가장 합리적인 남북의 평화통일은 쌍방이 중립국 선언을 통하여 가능하다는 논리를 주장했다고 분석해 내고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진 동아시아가 평화적인 상호부조적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면 세계평화는 아시아에서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용어의 개념들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저자는 서양에서 전래된 democracy는 민주주의로 번역이 되어서는 안 되고 민본주의民本主義로 번역되는 게 맞다는 이치를, 중국 유가학파의 원류사상에서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이 번역한 anarchism도 결코 무정부주의로 번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평화는 인간의 본질 문제라는 점. 참 평화라는 것은 전쟁의 반대 개념이 아니고 인간의 삶 자체가 천부외적인 간섭과 억압/제한이 없는 상태라는 말에서 평화개념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본다. 곧 반권력, 반권위적 개인의 절대 자유만이 인간에게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이 곧 평화라는 말에 큰 공감을 해본다.

끝으로, 부록에 일제강점기 일제가 우리 민족해방운동가들에게 가했던 국가폭력(고문)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개인독재시기, 통일운동, 평화운동, 민주화운동을 하던 양심세력들에게 가했던 고문양태를 비교하여 적어두었다. 끔찍함을 느낀다. 인간이 어찌 이럴 수 있을까하는 전율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국가폭력(고문) 양태는 이 책에서 처음 공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분단상태의 오늘날, 우리 땅에 살고 있으면서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모든 분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외도 저자의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함석헌과 민본아나키스트, 그들의 역사적 기억도 함께 읽는다면, 저자는 어떤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학자이자 농부인지를 알 수 있으리라 본다. (2021.3.15. 광주 공방에서 전미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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